2006 백두대간 행사, 문경새제를 다녀와서
천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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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하늘이 성큼 높아졌습니다
목까지 차 오르던 지난 장마의 기억도
숨쉬기도 힘들던 찜통 더위도
기억의 책갈피에 갈무리 될 날이 멀지 않아 보입니다
지난 12일 문경새제에서의 유정했던 추억과 함께 말입니다

옛날 수많은 문사들이 과거길로 수없이 오르내렸을 길
그만큼 곳곳 희비의 사연들이 켜켜로 쌓였을 길 오르며
저마다 호랑이 담배 피우고, 꾸구리란 동물이 나오는 옛
이야기 보따리를 풀 고샅길로 들어서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먼저 하늘에, 땅에 예를 표했습니다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선조님들과 뭍 생명들에게 예를 표했습니다
그리고 침묵속에 가부좌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눈 감으니 더 가까이 다가앉는 앞산과 뒷산이 보였습니다
침묵속에 비로소 생생한 바람소리, 새소리, 숱한 풀벌레소리들
바람이 푸른 속살을 풀어 탁하고 무디어진 우리 오감을 풀어내어
깨끗이 씻어 주었습니다

그 곳 연개소문 촬영지에서 여의도 수련원의 도반님들이 화랑으로
분장하고 국선도 수련 장면을 찍느라 더위 속에서 무척 고생하고
계셨습니다. 우리가 냉방이 잘 된 방에서 소파에 드러누워 보는
TV 드라마 속 스쳐 지나가는 한 신, 한 신이 이렇게 고생해서
제작이 되다니! 숨막히는 더위보다 더 뜨겁게 살아가는 모습들이
출렁 서늘한 감동으로 다가 왔습니다

우리는 맨발로 걷고 있었습니다. 계곡물을 거슬러 오르며
시리도록 맑고 짙푸른 저 沼는 왠지 전생에 그믐달을 보초 세우고
목욕하러 내려온 그 곳 아닌가 싶어 자꾸 보고 또 보게 되는데......어느새
새들도 잠시 쉬어 간다는 조령관문 두 번째 문에 도착했습니다
너럭 바위 위에 등짐과 함께 마음도 풀어놓으니 기다렸다는 듯이
소슬바람이 졸음을 몰고 왔습니다.

하루 일정코스라 세 번째 문까지는 가지 못하고 아쉽지만
내려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수안보에서 땀을 씻고, 한잔 술이 곁들인 진귀한 산나물
정찬으로 불콰해진 저녁. 하루를 잘 보낸 저녁이 으레 그렇듯이

언제나 이런 꿈같은 나들이가 가능한 것은 뒤에서, 앞에서
준비하고, 진행을 위해 몸과 마음을 던져 수고하셨던 원장님, 사범님
수사님, 도반님들 덕택입니다
한 분 한 분 떠 올리며 마음 깊이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선물 같은 하루에 동행하셨던 도반님들 모두 모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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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 2006-08-20 14:00:30
대자연이 주는 따뜻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포근함을 감사함으로
받고 나누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도반님 한분한분이 자신의 역할을 다함으로 자연이 조화롭드시
어울림의 시간이었습니다.
자연속에서 갖으셨던 밝고 환한 미소를 마음속깊이 간직하시고 키워나가시는 하루하루의 수련과 생활이 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