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돌이와의 산행산책
정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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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복돌이가 없네
두리번 두리번 하기도 전에 어디에 있다 왔는지
이리뛰고 저리뛰고 날리다.
벌써 저를 데리고 간다는걸 알고 있는 것이리라
몸에는 진흙물기로 가득하고.. 냄새도 좀...
오래간 만에 주인이 풀어 놓았나 보다.
복돌이는 우리회사 옆회사에 살고 있다.
발하고 몇군데만 흰털이고 나머지는 검은털로 짝딸막 하게 생겼다
주인이 늘 묵어만 두고 밥도 잘 못주는 듯한 멍멍이다
그렇게 오늘도 복돌이와의 산행이 시작되었다
간단한 준비운동 발목도 돌리고 무릎도 돌리고
복돌이도 열심히 준비를 한다.
저쪽 구석 나무밑에서 건태강사님 주로 하시는 명현현상을 보인
다.
쭈거리고 앉아서. 꼬리는 치켜들고. 시원하게 밑으로.
저놈도 저절로 호흡이 내려가려나
오늘도 복돌이는 너무 앞서지도 너무 뒤처지지도 않는다.
늘 앞서가다 기다리고 옆에 있는 듯 다시 앞장서고 그러면서 정상
까지.
함께함의 즐거움을 아는가 보다.
수련이 건태강사님 만큼은 되었나 보다.(강아지 인데...)

요즘의 산행산책 길에는 늦은 건지 빠른 건지
밤나무가 살짝 살짝 살랑이는 바람과 함께 향기를 보내준다
은은한 밤꽃향기가 다시금 새로움으로 다가온다.

하루 일과처럼 점심 식사후 몇몇 직원들과의 산행산책은 맛이 그
만이다.
지난 가을부터 시작한 작은 산행산책이다.
늦가을의 산행길에 수북이 쌓여있는
낙엽 위를 걷는 길 걸음이 이렇게 좋을 수가 있을까
선택해 보내지 않을 수 있는 계절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 발자욱 한 발자욱 마다 살풋 살풋 올라오는 낙엽의 내음.
첫사랑의 내음이 바로 이런 것 이었을까

겨울이 오면 잠시 이 산행산책을 할 수가 없겠지 아쉬울 것 같다
붙잡음과 갈망도 뒤로 한채 어김없이 겨울은 산길에도 와 있다.
산행길 옆으로 늘어서 있는 저 가늘고 긴 소나뭇잎은
찬 바람은 막아주고 따스한 햇살은 사이 사이로 내려주는
겨울 산행길의 지킴이 같다
어느 날 엔간 후둑 후둑 뿌려 내리는 눈비도
소나무들의 긴 손가락 잎으로 가려 주는 듯
하늘의 소식을 전하는 듯 그렇게.
잠시 멈추어야 겠다고 생각했던 겨울산책도
그렇게 이어지게 해 주었다.

찬바람 속에서도 이따금씩 훈풍이 불어오는 날이면
저기 저쪽에서 하얀 꽃잎이 먼저거니하면
이에 질세라 한 송이 두 송이 망울망울 올라오는
연분홍 창꽃
얇은 꽃잎만큼으로 봄소식을 전하기 시작한다
온산을 물들이듯 꽃들이 만발하는 계절의 봄나들이는..
이래서 처녀가슴을 설레게 하는가 보다.

꿀밤나무 밤나무들의 푸르름과 잎들은
하루가 다르게 작은 손이 큰 어른 손으로 바뀐다
그 자테와 위용은 그렇게 소중했던 소나무가
흔적조차 없어진 듯 울창하다
내리쬐는 햇볕과 더운열기로
숨만 찰것 같이 생각되어지던 여름산책길이
여름이더냐 싶게 해 주고 있다

어제는 이 산길에도 비가 내렸나 보다.
저 앞으로는 희끗 희끗 옅은 안개가 은은히 퍼져 있다
우리들만 받아 줄만큼만 젖어있는 흙 산길
그 옆으로 가만히 누워 있는 오래된 저 나무는
작은 이끼들도
반쯤은 흙에 묻혀있고
여기 저기 헝컬어져 내어 줌도
아무도 알아줄리 없는 작은 산길에서
저 나무는 그렇게 누워 있다
그 모습이 너무도 편하게 보인다
어찌 저리 편하게 보일수 있을까
마치 오욕 칠정을 다 벗어 버리고
아무런 걸림이 없는 듯
자기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 줌이
그토록 편안함으로 열어 지는가 보다
..............
오늘도 회사 뒤산 산길을 산책하고 있다
지난 가을에도 겨울에도 봄에도
지난주에도 어제도
오늘도
그길을 걷고 있다
매일 걷는 그 산행 산책이
그때마다 다른 것으로 다가온다
마치
매일아침 수련할 때 그것 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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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귀숙 2009-06-18 11:31:07
정수사님을 따라 복돌이와 함께 고요한 산행을 함께 해 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산은 말없이 많은 가르침을 주지만, 저는 오늘도 생각보다 많은 말로 무엇을 알리려 할까요?
오정희 2009-06-21 22:37:12
행복한 산행길에 좋은 벗이 생겨서 더 즐거우시겠어요
아름다운 꽃내음과 자연의 소리들을 매일 한가득 받아오시는 그 마음이 부럽고 탐나네요...
좀 나눠주시지...욕심도 많으셔라...ㅜㅜ
강월자 2009-06-25 13:37:27
생김새로봐서는 짝달막하다면...? 복돌이언제 만나게해주실건가요?
맘속에선 여러번 수사님따라 오르고 내리고 산행을 했는데...(아마도20번정도)
여러도반님들도 길은 다외우실걸요!!
다만 한계절이라도 느~껴~~보게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