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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흰 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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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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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수련 시간에 있었던 얘기예요. 수련 시간 전, 바닥에 누워 숨을 고르며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어요. 뒤에서 술렁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귀에 꽂히는 소리, " 그거 가짜 흰 띠야" 하는 이 계자 도반님의 목소리와 함께 박 선희 도반님께서 구령을 하러 떠밀려 나오셨습니다. 가짜 다이아몬드, 가짜 금, 아니,가짜 검은 띠라면 말이 되겠지만, 가짜 흰 띠라니요. 앞에서 웃음을 참느라고 혼났습니다. 앞 자리에서 추측해보건대, 수요일과 목요일에 구령을 하시기로 하신 박 도반님께서 사정이 있어서 못 나오시다가 오늘 나오셨거든요. 그래서 이 도반님께서 박 도반님께 나가서 하시라고 독려하셨는데 아마 누가 옆에서 흰 띠가 어떻게 나가서 구령을 하냐고 하셨나봐요. 그래서 이 도반님께서 " 가짜 흰 띠" 라는 기발한 표현을 하시면서 등 떠밀어 앞으로 나가게 하신거죠. ( 이 계자 도반님, 맞죠? )
여기서 잠시 박 선희 도반님 소개를 하자면, "가짜 흰 띠" 맞습니다. 맞고요, 원래는 노란 띠로 다른 도장에서 수련하시다가 두 달 전 쯤에 분당으로 이사오시면서 저희 도장에 나오게 되셨는데 국선도 수련장을 보고 이사 장소를 선택하실 만큼 국선도를 사랑하시는 분이세요. 저희 도장에 나오시면서 다시 처음부터 찬찬히 밟아가시겠다고 흰 띠로 바꿔 매셔서 저 자신을 돌아보게 하신 분이시기도 하고요. 관광학과 교수님이셔서 지난 번 몇몇 도반이 앉은 자리에선 교수님을 십 분 활용해서 내년 봄에 우리 도장에서 네팔로 트래킹여행 가는 걸 계획해 보면 어떨까라는 의견도 나왔었지요.
등 떠밀려 앞에 나가 구령을 하시는데 차분하게 하나도 안 떠시면서 자연스럽게 잘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정작 바늘 방석인 것은 저였습니다. 제가 승단할 때는 지금처럼 승단 심사에 문답 시험이나, 구령하기 등이 없어서 쉽게 노란 띠를 맸거든요. 그러니까 저야말로 " 가짜 노란 띠"인 셈이죠. 그래서 요즘 원장님으로부터 앞에 나가 구령을 하라는 협박(?)을 받고 있는 중이거든요. 원장님 말씀이 '우리 도장 분위기가 수련 시작 할 때, 서로 서로가 앞에 나가 구령을 하려고 모두 일어섰다가 제일 약한 도반에게 구령하기를 양보하는 분위기 (그림이 그려지시나요?) 가 되어야한다' 더라고요, 그 만큼 도반님 한 분 한 분이 주인 의식을 가져야한다고요.
수련이 끝난 후에 박 선희 도반님께서 아침 식사로 돌솥 설렁탕까지 사셨답니다. 박 선희 도반님, 설렁탕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그런데 어쩌죠? 오늘 아침 사신 것은 회장님과 총무님이 빠져서 무효라는 소리가 들리는데요?
그나 저나, 전 오늘 부터 걱정이 하나 생겼습니다. 항상 뒷 자리에서 저희를 감독(?)하시며 예리한 표현으로 핵심을 집어 내시는 이 계자 도반님께서 저를 보고 " 그거 가짜 노란 띠야 !" 라고 하실까봐요.
이 계자 도반님, 앞으로 뒷 자리의 흰 띠 무서운 줄 알고 열심히 수련 할 테니까 뒷 자리에 계실 때 좀 잘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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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아침 2003-12-21 06:3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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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효맞지요. 맞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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