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단상 - 가을소풍 다녀와서
천 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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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곡같은 가을볕이 나락빛으로 여물어 가는 계절입니다.
추수를 앞둔 들판은 올 한 해 흘린 땀방울들이 풍년으로 결실을 보는 농부의 마음같이 뿌듯하고 풍요롭습니다.
바다로, 바다로 서두르며 흘러가는 가을강가엔, 조와 수수와 들깨와 콩이, 땅속 김장 무우와 함께 탱글탱글 여물어가고, 색동옷 허수아비들이
일 나가 있는 황금벌판 바라다보며, 농가 마당엔 빨간 고추들이 물기를 털고 있습니다. 집집 마루 한 쪽에 쌓여 있을 늙은 호박들, 출출한 저녁나절, 떡이 되고, 범벅이 되어 동네 어르신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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