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 국선도 개원 40주년을 기념하며 -
이강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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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캄캄히 잠든 대지, 얼어붙은 만년설 사이로 아침놀 붉게 번지며
우주가 고요히 태동할 때 한 처음으로 돌아가는 길 환해집니다

협곡 깊이 가려진 은자의 등불처럼, 맨발로 물위를 걸어온 자의
심장처럼 둥그런 하늘기운 온누리에 찬연 할 때 한 처음으로 돌아
가는 길 뜨거워집니다.

그 길, 우리에게 와 둘숨되고 우리, 그 길에 가 날숨되니 너와 나
경계 사라진 마음자리에 성큼성큼 들어서는 빛기둥이여 푸르게
약동하는 참 생명이여

시공없는 그 현묘한 세상에서 큰고양이와 더불어 지혜로웠던
옛 하늘사람, 오늘 이 낮은 땅 한밭에서 다시 한번 찬란한 정점으로
솟아오르니

한 처음으로 돌아가는 길이여 너와 나 하나 되는 배달겨레의 참
숨결이여 흰구름 걷히면 올곧이 드러나는 청산처럼 숭고한 뜻 세
세토록 땅고 하늘을 있는 통로 되리라

ㅣ김지혜ㅣ 동국대학교, 동대학원 국문과졸,
200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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