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밑씻개풀을 아시는지요?
천 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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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이나 길가에 흔히 자라는 풀,
며느리를 미워하는 시어머니가 가시가 나 있는 풀로 밑을 닦으라 해서 '며느리밑씻개' 로 불리게 된 풀
세상에 이런 이름으로 불리는 풀이 우리나라 말고 또 있을까요
고난의 가시밭길 같은 옛 며느리들의 삶이, 이런 풀이름 하나에도 묻어있고, 그래서 가슴 아려 옵니다
요즈음 그런 풀로 밑을 닦을 며느리 없는 것은 고사하고라도
그런 풀이름조차 기억하시는 분들이나 있을까요

전날 내린 비로 산색은 더욱 짙고, 숲향기 더욱 향그러운 일요일
불곡산을 오르며, 저는 지천의 며느리밑씻개풀을 보았답니다.
처음에는 새로 우거진 풀꽃이 어떤 꽃인지 몰랐습니다.
디지털카메라에 담아 와서 집에서 야생화 도감에서 대조시켜 본 뒤
그 풀이 며느리밑씻개풀이며 꽃이란 걸 알았습니다.
어릴적, 깊어가는 밤, 외할머니께서 우리들 머리맡에서 들려주던
옛이야기같은 풀이름들.
가물가물하나 기억의 불씨 아직 간직하고 있는 우리가 지금
보아주지 않고, 불러주지 않으면, 영영 이름없는 잡초로 사라져 갈
풀들.

우리 마을을 감싸고 있는 그저 그런 산, 불곡산은 사계절 시시 때때로
우리 정서에 무궁무진한 자양분을 공급해 주고 있습니다.
일요일 아이들 손잡고, 불곡산 중턱 원시림(?)같은 늪지 물봉선 군락으로 발걸음 해 보시는 것은 어떨런지요
산초입 누군가 일궈 논 밭둑 호박꽃 부터, 가난했지만 따뜻했던
머어언 오솔길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오르막끝 한숨 돌리는 형제봉에서, 파꽃같이, 호박꽃같이, 메꽃같이
도라지꽃같이 마알간 얼굴들로 만날 수 있다면.
함께 기체조도 하고, 동동주 한 잔, 갓김치 한 사발에도, 옛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 푸짐하게 한 상 차려, 같이 마음 배부르게 오늘의
추억들 만들어 봄이 어떨런지요

며느리밑씻개풀을 아시는지요!
불곡산 들꽃들의 잔치에 오셔서 마음껏 즐겨 보십시오
꽃향기에 취한 바람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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