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체험기(임신, 출산)
이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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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아이를 낳고 23개월이 되었습니다.

너무 순해서 도대체 “싫어”라는 말을 할 수나 있을까 싶었는데, 이제 슬슬 아니라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원하는 것을 끝까지 하려고 고집을 부리는 “내꺼야 대장”이 되었습니다.



국선도에 입문한 것은 2004년도 직장을 다니는 대부분의 젊은 여자들이 그러하듯 뭔가 자신을 위해 간단한 운동 하나는 해야겠다는 단순한 의도로 몇 가지 운동 중 하나를 해 보자 하는 아주 단순한 생각으로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국선도 도장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 입문이자 지금까지 국선도를 이어오는 끈이 되었습니다.


백두대간 산행을 할 만큼 건강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던 나였지만, 나이 서른, 많다고도 할 수 없는 나이에 잦은 야근과 과중한 스트레스, 결혼 준비 등이 겹치면서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고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이 시기에는 도장에 등록은 계속 되어 있었지만, 실제로 한달에 서너번도 겨우 갈까 말까할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남편과 상의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국선도 도장만을 오간지 2개월, 20분만 걸어도 앉을 자리를 찾던 제가 어느새 2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을 등산을 하고도 몸에 무리가 없음을 발견하며 새삼 국선도의 효능에 대해 감탄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2개월 정도 후에 임신 사실을 알고 남편과 저절로 감사의 말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특별히 태교를 위해 뭔가를 해야지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은 없었지만 수련을 제대로 했든 하지 못했든 국선도를 해 왔던 사람으로서 국선도가 주는 편안함과 휴식은 “산모가 편안하고 행복하면 아기도 행복할 수밖에 없고 그것이 태교의 전부다”는 저의 태교관과도 맞아서 아이에게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는 의심에 여지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나보다 먼저 수련을 하면서 아이를 낳으신 분도 알고 있었고, 직 간접 적으로도 수련 하신 분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임신을 한 후에도 국선도를 쉬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도장을 오가며 편안하게 몸과 마음이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주위에서 보내주는 관심과 사랑을 받고 유익한 말씀들을 들으면서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해 나가니 저절로 행복해져 따로 태교를 하지 않더라도 그것 자체가 태교였던 것 같습니다.


임신관련 책자를 보거나 경험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임신을 했을 때 요통이나 부종 어깨 결림 같은 증세가 잘 나타날 수 있다고 했는데, 거의 매일 하는 준비운동과 깊은 호흡 덕분인지 별 고생 없이 전 임신기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 해 보면 몸의 편안함 보다 마음의 평화가 더욱 더 값진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체중이 많이 늘지는 않았는데, 병원을 갈 때마다 커 가는 아이를 보면서 그저 신기하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임신을 하고 현사님께서 해 주신 말씀 중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말씀이, 아이는 자기에게 알맞은 그릇의 부모에게 찾아든다고 하는 말이었습니다.
아직도 여전히 내가 어떤 그릇인가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너무 작은 그릇은 아닌지 걱정 이 되지만, 아이에게 알맞은 엄마의 모습으로 성장해 갔으면 하고 아직도 기도합니다.



한 밤중에 진통도 오지 않았는데 양수가 먼저 터져버렸습니다.
예정일을 다 채워서 인지 믿을 수 없을 만큼 침착하게 필요한 것들을 챙겨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병원에 간 시간이 새벽 1시 30분. 아침 9시나 되어서야 진통이 시작되고, 2시가 넘어서야 겨우 아기의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진통이 시작되니 정말 허리가 아팠는데 말로만 듣던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라는 표현을 이제야 이해 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코로 숨을 천천히 마시고 길게 토하는 호흡은 진통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길고 깊게 숨을 쉬다보니 아기가 입구까지 내려 왔을 때는 너무 숨을 천천히 쉬어서 아이의 맥박수가 떨어진다고 간호사가 입으로 빨리 마시고 빨리 뱉으라고 해서 해보니 아이의 백박수는 올라갔지만 오래지 않아 목이 아프고 부어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다시 코로 좀더 빨리 충분히 마시고 토하니 점점 안정이 되었고, 출산하기 직전에는 충분히 마시고 단전까지 비워내듯 토하는 호흡이 아이를 밖으로 밀어내는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의사가 들어와서 초산인데도 잘 하고 있다며 칭찬까지 받았습니다...ㅋㅋ



이건 여담이지만 아이를 낳고 나서도 너무 씩씩해서였는지 의사가 국선도를 하는 것이 임신 출산에 효과가 있었냐며 산모들에게 추천해도 괜찮은 것 같으냐고 물어 보기도 했습니다.



언제쯤 걷나, 언제쯤이면 말을 하나... 시간이 가는지 어쩐지도 몰랐는데 이제 꽤나 말이 늘어 어느 정도 대화(?)도 가능하고 말로만 듣던 가장 이쁠때의 애교도 보여줍니다.
그 과정이 국선도와 함께여서 더욱 더 편안하고 행복하지 않았나 합니다.
이것으로 국선도 수련기를 마치려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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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 2010-08-22 11:51:17
국선돌이 유환이의 임신 출산 이야기입니다.
몇일전에는 배꼽인사로 "안녕하세요." 할만큼 성장했지요.
지금의 건강하고 선한 모습이
씩씩한 소년 국선돌이의 모습으로 성장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