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며
이금단
313
국선도 3수만에 첫 등단을 합니다.
2002년에 수원에서 3개월 등록해놓고 5일 다녔습니다.
2007년엔 여기 분당양지수련원에서, 아이 낳고 100일 지난 몸으로 1달씩 등록해 두 번 다니면서 20여일 수련했나 봅니다.
그리고 이번에 2009년 10월부터 8개월...이렇게 오래 운동해 본 적도 없고, 피아노 책떼기 말고는 승급도 처음입니다. 그래서 제가 참 대견합니다.

몸도 마음도 바닥이구나 싶던 그 때에 저는 국선도장에 다시 나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명상이 빈마음이 필요하다는 걸 감지하고 있었지만, 전 30분 정도 이어지는 명상 행공 시간이 두려웠습니다. 침묵의 시간은 오히려 온갖 생각들이 봄날 새싹처럼 쑥쑥 커올라오는 시간이니까요.
원장님께 수사님께 전 명상 행공 시간이 힘들다고 미리미리 푸념을 늘어놓으며 천천히 하겠다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면서, 너무 잘하려고 하지마라는, 다니는 데 의의를 두자는 남편의 말을 위안 삼았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수련 시간이 쌓여가면서, 3주가 지나니 지하보도 오르막길을 수월하게 오르게 되었습니다. 1달 보름이 지나니 숨쉬기가 조금 편안해졌습니다. 두 달이 지나니 도장이 내 집처럼 좋아졌습니다. 여전히 마음은 어둠 속을 헤매고 있었지만, 싹들이 자라면서 그것이 뭇잎인지 상추잎인지 쑥갓인지 분명해졌고, 그래서 어느 밭에 물을 주어야하는지 언제쯤 솎아줘야 하는지 분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슴을 펴고 솔직하게 살아야겠다고, 사람에게 친절해야겠다고, 내가 가진 것들에 감사해야겠다고 다짐하는 날들이 쌓여갑니다.
나는 한 송이 오롯한 백합은 아니지만, 생명의 양식이 되는 볏단이 되지도 못하지만, 거리의 어린 아이 손에 잡혀 꺾여지기 쉬운 냉이꽃 민드레꽃일지라도 내가 참 소중하다는 생각으로 나를 사랑하려 합니다.
나는 참 작구나, 이만큼일 뿐이구나, 그런데도 여태껏 잘 버텨왔구나, 소중한 사람아...

고마운 사람이 많습니다.
먼저, 언제 100일 되느냐고, 언제 승단하느냐고, 승단하면 한 턱 쏘겠다고 자주 얘기해 준 남편에게 고맙습니다. 승단할 때가 되었다고 했더니, 자기 덕이라고 한 턱은 내가 쏘아야 한다고 한 발 빼는 얄한 우리 남편입니다.
원장님과 현사님, 수사님 고맙습니다.
편안했다가 고마웠다가 서운했다가 무서웠다가 하며 마음이 들쭉날쭉 하였는데, 그 모두는 내 안의 소용돌이였을 뿐 한결같으셨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한결같이 지켜봐 주시고, 조용히 응원하시고, 여기까지 이끌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도반님들 고맙습니다.
다들 저를 보고 있는 것 같았는데, 다들 자기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걸 알고는 그래서 도반이구나 하였습니다. 함께하니 좋았습니다. 떠나신 분들 못 떠나보내고, 새로 오신 분들 못 받아들이기 일쑤인 저이지만, 지난 8개월 함께하면서 흘러들고 나가는 흐름을 저도 이제는 즐겨 타보려 합니다.
이렇게 긴 글 오랜만에 써봅니다. 읽어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그리고 이런 기회를 준 국선도회에 고맙습니다.
list
원장 2010-05-27 15:40:59
100일수련을 축하드립니다.
쉽다면 쉬울 수도 있지만 자신의 삶에서 새로운 한획을 그었다고도 볼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수련해나갈수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그것에 감사하며 호흡을하고 새로운삶에 소중함을 부여해봅니다.
환해져가는 도반님의 중기후편과정이 기대됩니다.
2010-06-04 15:20:40
말씀 그대로 보였는데, 지금은 돌아가는 발걸음이 힘이 실려있습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해져서 행복 가득하시기를!!!
승단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