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기) 부석사, 몸, 마음
김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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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부석사



국선도에 입문하기 오래 전, 거의 15년 쯤 전인 것 같은데, 혼자서 영주에 있는 부석사엘 간 적이 있었습니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옆에 끼고요.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책을 보면,


일주문을 지나 부석사로 천천히 걸어올라 가다보면 마치 속세를 벗어나 극락정토에 드는 듯 하다고 되어있었습니다.



무량수전을 등에 지고 저 멀리 펼쳐진 소백산 자락을 보노라면 내가 이미 선계의 신선이 된 듯하다고 하였고요. 제 기억에는...



저도 책에 나온 대로 그대로 따라해 보았습니다. 하나하나 내려놓으면서 차분한 마음으로 내가 부처가 된 듯, 신선이 된 듯... 그렇게 부석사를 올랐다가 그 마음 그대로 조심조심 내려왔지요.



속세의 묶은 때는 다 씻어 없어진 듯 했습니다. 들뜨고 불안한 마음도 다 옛일인 것 같았고요... 아~ 참 좋구나... 내가 다른 사람이 되었나 보다. ^^



그러곤, 천천히 걸어서 주차장 옆 슈퍼에 들렀습니다. 마실 것 사느라고... 그때, 슈퍼마켓 아주머니 한 말씀, “학생, 답사 왔어? 총각이 참 얼굴이 좋네...“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극락에 있던 그 차분했던 마음이 순식간 깨지고, 속세의 들뜨고 불안한 마음으로 휙 돌아와 버렸습니다. 후~



그때는 슈퍼 아주머니가 무슨 마구니 같았드랬는데, --;;;


나중에는 “임마. 공부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하고 죽비로 내리치는 문수보살이 아니었나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



아무튼, 뭔가 다른 상태가 있다는 것, 그런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짧았지만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나는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2. 몸



2, 3년 전부터 가슴이 답답하고, 뭐가 걸려 있는 것도 같고, 심할 때는 약간 불안 증세가 나타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주기적으로 그랬는데, 여름에 더 심했구요.



특히, 작년 초부터 주말 부부가 되고 본의 아니게 홀아비(?) 생활을 하면서 부쩍 증상이 심해졌더랬습니다.



그래서 잘 아는 후배가 하는 한의원엘 가게 되었습니다. 이것저것 물어보고, 테스트도 하고, 진맥도 한 다음 한의사 말이 “결흉이에요.” 뭐???



“맺힐 결, 가슴 흉, 가슴에 뭐가 맺혀 있는 거죠. 스트레스나 화, 슬픔, 짜증, 모 그런 걸 제때 제대로 못 풀고 담아두면 생기는 병이에요. 화병하고 비슷한 거죠.”



헉. 화병? 화병은 조선시대 시집살이 심하게 하는 며느리들이나 걸리는 병인줄 알았더니, 우째 내가...



“요즘 직장인들 결흉이 많아요. 그리고 형님은 소양인이니 열도 많고... 약은 열을 내리는 걸로 지어 드릴테니, 마음 편하게 가지세요...”



어쨌든 그렇게 해서, 생전 처음 좀 이른 나이에 보약을 지어 먹게 되었는데, 그래도 돌파리는 아니었는지, ^^ 약을 먹으면 증세가 좀 나아졌습니다. 막힌 게 내려가는 것도 같았고요...



그렇게 약을 먹기 시작해서 1년에 두세번, 재작년, 작년까지 특히 여름에는 꼭 먹게 되었습니다.



올해도 여름쯤 되어서 약을 지어 먹으려고 했는데...


그만 까먹고 여름이 다 지나가 버렸습니다. 약이 잘 듣는다며 왜 안 먹었냐고요?


먹을 필요가 없게 되었으니까요. ^^



국선도 수련을 시작한지는 오래 되었지만, 게으른 탓에 나오다 안 나오다 하다가, 올해부터는 그래도 전보다는 좀 열심히 출석 한 편이었거든요.



그랬더니, 언제부턴가 가슴 부분에서 답답하던 것이 조금씩 풀려가기 시작해서, 이제는 맺혔던 응어리(?)의 뿌리까지 거의 뽑혀 나간 느낌입니다.



한의사한테는 좀 미안한 이야기지만, 약으로 치료할 때는 그때뿐이고, 안 먹으면 다시 돌아가곤 했었는데... 그리고 열을 내리는 약이다 보니 왕왕 너무 내려서 속에 있던 덩어리들까지 물로 만들어 내리곤 했더랬는데... 지저분한 이야기 죄송합니다. ^^;;;



국선도 수련을 하면서는 부작용 하나 없이 그 치료하기 어렵다는(!) 화병이 이제 거의 다 나았네요.



몇 년 고생하다가 단 몇 달 만에 병의 뿌리까지 다 없어졌다고 하면 사람들이 안 믿을까봐, 아직은 저하고 비슷한 증상이 있는 분들한테는 일단 후배 한의원을 소개 시켜준답니다. 이제 좀 더 지나면 조심스럽게 국선도를 소개 시켜 줘야지요. ^^






#3. 마음



예전에는 몸을 건강하게 하면 마음이 좋아지는 걸로 생각 했더랬습니다. 원장님께서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세요.” 그러면 ‘그러고 싶은데, 감사할 일이 있어야 감사하죠’라고 생각하기도 했구요. 이런. ^^;;;



예전에 국선도 수련할 적에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동작을 하나하나 배우고 따라하면서 몸에 힘도 붙고 좋아졌었는데, 마음공부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못했던게죠.



정확하게 말하면, 마음공부가 중요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고 해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막연하게 몸이 좋아지고, 수련이 깊어지다 보면 좋은 마음도 생기지 않을까... 모 그런 식이었던 거 같습니다.



그런데, 이곳 양지 수련원에서 수련을 하면서부터 몸과 마음의 순서가 바뀌고, 아~ 내가 막혀 있던 부분이 이거였구나... 하면서 하나하나 다시 배워가고 있습니다.



아직은 입문호흡의 마음가짐에도 못 미치지만요...


그리고 다른 도반님들보다 무지하게 느리지만요... 그래도 조금씩 앞으로 가고 있는 거 같아 기쁘고 감사합니다.



이제는 감사하는 마음이 감사할 일을 만든다는 것도, 사랑하는 마음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고, 좋은 마음에서 좋은 일이 생기고, 주는 마음이 줄 것을 만들어준다는 것도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아직 머리로만 이해하는 수준이지만, 꾸준히 가다 보면 가슴과 몸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 원수를 사랑하라... 모 이런 말씀은 경전에나 나오는, 그래서 성인들이나 본받을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몸이 건강해지기 위해서도, 수련이 깊어지기 위해서도 그렇게 해야 한다니...


그리고 그렇게 믿으며 닦아나가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 있다니...



정말 저로서는 깜짝 놀랄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놀라운 일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직은 아스라이 저 멀리서 밝은 빛의 실마리가 아주 조~금 느껴질 뿐이지만, 열심히 수련해서 나중에는 슈퍼마켓 아주머니가 농담을 걸어와도 흔들리지 않는 그런 마음을 가져 볼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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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갑수 2009-08-27 19:08:27
김두환 도반님 진심으로 승단을 축하드립니다._()_
수련기 내용중에
감사하는 마음이 감사할 일을 만들고,
사랑하는 마음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고
좋은 마음에서 좋은 일이 생긴다는 내용이
저에게 참 공감이 가네요.. 감사합니다. ^^*
원장 2009-08-28 18:43:45
승단을 축하드립니다.
서서히 변화되어가는 모습만큼이나 호흡의 변화가 되는것을보면
꾸준한 수련의 덕이라 여겨집니다.
원기수련 과정을 통하여 깊이있는 체득이 하나 하나 이루어 지시길 바랍니다.
정택수 2009-09-02 21:41:26
뵐때마다 마음이 포근하게 느껴 지네요.
늘~~ 행복하세요.
승단 축하드립니다.
정현사 2009-09-06 14:41:27
승단을 축하드립니다.
순수하신 모습으로 수련을 통해 대자연과 하나가 되시길 바랍니다.
이강림 2009-09-07 13:38:24
한가롭게 수련을 하시다, 요즘 성실하게 수련하는 모습
보기가 많이 많이 좋습니다. 승단 축하 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