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수련기
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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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수련표에 숫자를 기록하면서 드디어 100을 써 넣는 순간이었다. 아! 벌써 수련을 한지 100회가 지났구나. 아이의 백일을 맞은 부모의 마음처럼 뿌듯한 감정을 금할 길이 없다. 내가 수련원에 처음으로 등록을 하고 수련을 시작했던 것은 벌서 6 년 전의 일이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과 뼈가 굳어지고 그래서 병이 생긴다는 생각이 들어서 몸과 마음의 유연성을 키우고 싶은 아주 소박한 생각으로 수련원을 찾았다. 당시에는 새벽반을 등록하였는데 새벽에 일어나 수련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규칙한 생활에 익숙해 있던 나로서는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가? 게다가 당시에는 선사님의 선도주를 테이프로 틀어주면서 행공을 하였는데 어쩌다가 무리해서 일찍 일어나서 수련에 참석한 날이면 선도주가 여지없이 자장가로 들리는 것이 아닌가? 자주 오지도 못하고 어쩌다 참석한 날이면 잠만 자다가 가는 일이 반복되다보니 흥미가 떨어지게 되었고 결국 수련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 이후에도 2년 간격으로 3개월 등록을 하고 나름대로 각오를 다지면서 다시 수련을 시작하였지만 그 때마다 찾아오는 수면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고 결국 수련중단이라는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작년 가을에 수련원 생각을 문득 하게 되었다. 1년간의 안식년을 얻어서 해외에 나가지 않고 국내에 있게 되었는데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한가지는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수련원 홈페이지를 찾아보고 아직도 당시 원장님이 계신지 확인도 해보았는데 놀랍게도(?) 옛날 그 자리에 그 모습 그대로 계시지 않는가? 요즘 같은 시대에 옛날 모습과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 어디 말처럼 쉬운가? 실제로 수련을 했던 기간은 짧았지만 6년 전에 이미 문턱을 밟아봤던 나였기에 마치 졸업생이 모교를 방문하는 것같은 감회를 가지고 다시 수련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유종의 미를 거두리라는 단단한 마음을 품고서... 그러나 이번에도 수면의 유혹은 어김없이 나를 찾아왔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제는 자장가(선도주)가 없었다는 것과 원장님이 나를 불쌍히 여기셔서 평소 스타일과는 다르게 집중적인 지도를 해 주셨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유혹과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수련 100일을 돌파하게 된 것이다.

수련 백일을 넘겼다고 해서 나의 몸과 마음에 어떤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직도 단전에 기가 모이는지 어떤지, 기의 흐름이 있는 것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상태에 있으니까. 그렇지만 늘 입가의 미소를 지으라고 강요하시는 원장님 덕분에 과거보다는 더 자주 마음을 포근하게 하고 미소를 짓는 경우가 더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때로는 미소가 아니라 썩소가 되기도 하지만... 원래 몸이 부드럽지 못해서 군대에 있을 때 태권도 승단을 위해 살인적인 고통을 참으며 가랑이를 찢어야만 했던 나로서는 백일 수련을 거치면서 몸이 많이 부드러워진 것 역시 큰 보람이다. 아직도 어떤 행공동작에서는 자세가 나오지 않아서 몸을 부들부들 떨게 되는 고통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저녁 8시에 같이 모이는 도반들을 보면 반갑고 수련을 같이 해야 행공이 잘 된다는 말씀이 조금씩 이해가 된다. 마지막으로 수련 백일을 돌파해서 얻은 큰 수확은 집에서 아내가 나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6년전 수련을 시작해서 여러 차례 포기한 전과(?)가 있는 내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 내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국선도 수련해서 몸과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가정에서는 부인의 존경까지 얻어내니 이만하면 수련에 매진할만 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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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옥 2008-06-02 12:39:21
수련시간 도장안에서도 부드러운 기운을 보내주고 계십니다. 차담시간도 즐겁게 만들어 주시구요. 이미 미소가 띄어지니 반은 성공하신것 같네요. 그마음 편안하게 이어가시길...^^
김민주 2008-06-02 17:23:34
장하십니다.
좋은 스승님이 옆에 가까이 계시니 얼마나 축복입니까
이제 귀한 복 사양치 마시고 꾸준히 열심히하셔서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진심으로 빕니다.
원장 2008-06-03 12:44:55
백일 수련을 축하드립니다.
하루하루 수련을 더해가시며 내쉬는 호흡을 통해 자신의 빈마음자리에
따뜻한 대자연의 숨을 받아드려가시는 중기후편 과정이 되시길 바랍니다.
이강림 2008-06-15 21:19:55
사모님 한 번 수련원에 모시는 것이 어떤지? 마지막 줄 ??? ??을 육성으로
듣고 싶은 마음이 약간 들어서....
축하드립니다. 내친 김에 죽 6년은 하셔야죠.
강월자 2008-06-20 12: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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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월자 2008-06-20 12:49:46
첫! 인상이 범생이 처럼 어려웠었는데요....!
행복해보이는 미소와 재미있는 말씀으로 이제는
부드러운 남자? 가 되셨네요! 승단 축하드림니다!!!!
모교의 꾸준한 재학생 되셔서 돌아서시면 만나야하는
그 재학생들 에게 부드러운 살인미소 ....!!! 화~알~짝부려주세요!

남재욱 2008-06-21 16:45:10
탈의실이나 차담시간에 재기넘치는 말씀으로
도반님들을 즐겁게 해주시는 선배님.
호오...6년전에는 그랬었군요?
전 잠꼬대할까봐 잠못자는데ㅠㅠ
ㅎㅎ승단축하드립니다
정현사 2008-06-29 16:37:17
승단을 축하드립니다.
말씀하실때 명쾌 하신것처럼
명쾌하게 수련해 보시길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