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정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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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힘든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여행이라고 한다. 가슴으로 살지 못하는 나는 이 말을 떠올릴 때 마다 자괴감에 빠진다. 그런데 국선도는 단전까지 내려가라고 하니, 심오함에 경외감을 금할 수 없다.
국선도에 발을 들여 놓고 두 해 동안, 나는 머리에서 출발도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원장님은 언제나 마음을 비우라고 하시지만, 미욱한 나는 마음을 비우기는커녕, ' 마음'이 무엇인지 조차 아득하다. 감사와 불만,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 사랑과 미움이 뒤엉켜 진정한 내 마음이 무엇인지 감도 안잡힌다.
다만 겨자씨 만한 깨달음을 얻었으니, 두 해 동안 허송하지는 않은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다. 그동안 호흡을 잘 하려고 집착하였기 때문에 단전호흡을 할 수 없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전호흡은 내가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런 내 호흡에 맡겨야 하는 것이었다. 단전에서 호흡이 이루어지도록 놓아두어야 할 것을, 내 노력으로 호흡을 하려고 하였으니, 어리석기 짝이 없다.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면서 아니 태어나기 전부터 고유한 호흡이 있다. 그 호흡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며 자연 그 자체이다. 단전 호흡은 고유한 호흡 즉 자신의 본향으로 되돌아가게 한다. 본향은 단순하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힘이 있다. 본향으로 초대하는 기쁜 소식을 듣고도 나는 오랫동안 주저하고 있었다. 이제는 초대에 기꺼이 응답하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여행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가는 여행이라고 한다. 만나면 기분 좋은 여러분들과 함께 간다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여행이지만, 더 없이 빠르고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다.
귀한 가르침을 이어오시는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머리숙여 감사드린다.

정 현 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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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 2004-01-09 12:05:45
귀한 가르침을 몸으로 하나 하나 익히시는가운데 얻어지는 깨달음의 기쁨이 계속 이어지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