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수련기
조기호
459
어느덧 국선도를 시작한지 4개월이 되어갑니다. 4개월 간 100일 가까이 나왔으므로 열심히 했다고 스스로 칭찬하고 싶습니다.

처음 시작은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14년전 교통사고로 시작된 허리 통증이 악화되어 지난 1년간 한달에 1주일은 누워지내야만 했습니다. 온갖 치료를 다 받아봤지만 발을 헛디디기만 해도 재발하곤 했습니다. 작년 10월 말부턴 누워있어도 고통스러운 지경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할 일도 많은데, 정말이지 괴롭고 걱정스러웠습니다.

그러던 11월 1일 점심 경이었습니다. 전 물리 치료를 받기 위해 집에서 나왔습니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니 기분이 나아졌고, 복대를 찬 허리는 한결 부드러웠습니다. 문득 드는 생각이 '내 허리에 이런 복대 같은 근육이 있다면 한결 낫겠구나' 였습니다.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생활 습관, 적은 수면으로 인한 피로와 그로 인한 잘못된 자세, 폭음 등 지나 온 세월 제가 잘못해 왔던 것들이 후회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리라. 아침마다 운동해서 건강해질테다' 하고 맘을 먹었습니다. 결심은 했지만 어떤 운동을 해야 할지 미처 생각치 못했습니다. 그런데 병원 건물 입구에서 여자가 몸을 비틀고 있는 걸개를 봤습니다. 국선도.
매일 지나치면서도 별 생각없이 봐왔던 것이었지만 그날은 새로웠습니다. 아 그래 저걸 해보자. 치료를 받은 후 바로 도장에 가서 문의를 했습니다.

'국선도는 뭘 하는 것입니까?' '명상을 합니다.' '명상을 하면 뭐가 좋습니까?' '화를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그때 제가 속으로 생각한 건 '난 별로
화내는 성격이 아닌데...' 였습니다. 확신은 없었지만 사실 별 다른 수도 없어 수술하기 전에 한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당일 3시 수련부터 시작했습니다.

도장에선 마치 옛날부터 저를 잘 알았던 것처럼 정 현사님께서 맞아 주셨습니다. 뻣뻣한 몸으로 준비 운동을 하고 나니 방에 누우라고 하셨습니다. 운동하러 왔는데 큰 방에서 다 큰 남자가 혼자 덩그러니 눕자니 참 어색했습니다만, 몸을 편안히 하고 호흡을 하자 마음은 곧 편안해졌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 수련을 마치고 나니 허리가 시원했습니다. 속으로 '아 이거 된다'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처음 열흘은 고생스러웠습니다. 새벽에 일어나면 다리가 저리고 아파서 간신히 짚고 나가고, 도장에서도 서있기 힘들었습니다. 안쓰던 허리를 굽히고 펴고 하니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오래 아파본 경험으로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하루하루 꾸준히 하니 통증은 적어지고 몸은 곧아졌습니다. 자기 전에 누워 호흡을 하면 불면증도 없어지고 일찍 잠들 수 있었습니다.

원장님 지도에 따라 하루하루 수련을 계속하니 호흡은 점차 깊고 부드러워졌습니다. 중기단법 전편의 낙법은 제겐 도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허벅지를 짚고 살짝 구부린 채 호흡도 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너끈히 해내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이렇게 앞으로 허리를 굽히는 게 한 2년만인 것 같습니다. 아직 깊은 경지는 모르겠지만 수련을 마치고 나면 팔다리에 기운이 충만해져 뛰고 싶어지는 것이 즐겁습니다. 이렇게 좋은 도법을 옛분들은 도대체 어떻게 알아내셨을까요?

처음 입문한 날 정 현사님께서 말씀해주신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해야 한다는 말씀은 제게 경종과 같았습니다. 마치 저를 잘 알고 말씀하신 거 같아서 순간적으로 정 현사님 얼굴을 유심히 쳐다봤습니다. 날 아시는 분인가? 그날의 그 말씀은 큰 깨달음이었습니다. 어째서 감사하며 하루를 즐겁게 살지 못했을까요? 집으로 돌아오면서 새삼 하늘과 공기와 수목을 돌아보고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밖으로만 향했던 눈을 내 안으로 돌리니, 마시는 공기의 상쾌함, 체온의 따스함, 순환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저는 4개월 전의 저보다 더 밝고 친절하고 관대해진 것 같습니다.

이제 백일을 하였으니 다시 천일을 목표로 해야겠습니다. 지도해주시는 원장님, 정 현사님, 이강림 수사님께 감사드립니다. 같이 수련하는 모든 도반님들의 도움에도 감사드립니다. 특히 일요일마다 맛난 차와 음식을 차려주시는 김민주 도반님과 오정희 도반님, 허귀숙 도반님께 특별한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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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 2008-02-26 13:18:50
승단을 축하드립니다.
허리통증이 새로운 삶의 계기가 되어
감사함으로 몸과 마음의 중심을 찾아가니
건강이 회복되고 마음이 밝아지셨을 것 입니다.
중기후편과정을 통하여 몸과 마음의 중심을 튼튼히 닦아서
자신을 진정으로 살려나가시는 행복한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이정옥 2008-03-03 13:58:36
적당한 때라는 것은 항상존재하며 사람마다 다르다는 걸 느낍니다. 제가 우연히 시작한 국선도와, 마음까지 담아서 한 국선도사이에는 어느정도 간극이 있는것 같습니다. 시작도 중요하지만 그마음을 여는 시점이 진정한 국선도 수련의 시작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온화한 미소 저절로 반가워집니다. 그 미소로 항상 수련에 임하시길...
김민주 2008-03-06 15:03:36
.많이 고생하셨네요.
이제 불행 끝.
행복 시작!!!
중기에서 더좋은 일 많으시고 예전 사슴처럼 가볍던 상태로
돌아 기시기를 기원합니다.
허귀숙 2008-03-06 19:59:36
제게도 100일은 참 색다른 의미였습니다. 아이가 처음 세상에서 숨 쉰 백일만큼 소중하고 감사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천일을 목표로 하신다니 저도 함께 천일을 갈 수 있도록 무거운 마음의 짐은 내려 놓고 가볍게 걸음을 옮길까 합니다. 함께 하는 길동무... 도반님이 계셔서 많은 힘이 될 것 같네요. 계란띠 승단 축하드리고 앞으로도 승단은 함께 할 수 있는 승단동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정현사 2008-03-08 09:54:14
벌써 승단하십니까?
처음부터 믿어주셨기에 빨리 좋아지셨고 이제부터는
천일수련을 통해서 마음의 변화를 더 가져보시고 마음에서
몸은 자연스럽게 좋아지심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축하합니다.
이강림 2008-03-08 09:59:02
처음 오셨을 때 힘겨운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더 많고 깊은 감사와 사랑을 가지셔서 더욱 더 행복해지시는
수련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승단 축하드립니다.
정택수 2008-03-08 16:08:33
아직 뵙지는 못했지만 뵈온것이나 마찬가지 겠지요.
멋진 체력과 인품을 향해 출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