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꿈을 꿉니다
김상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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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펼쳐진 本性의 바다에
개자씨보다 작은 마음 하나,
푸르디 푸른 빛나는 물비늘 사이로
보일락 말락 자맥질하는 구슬 하나.


이 마음구슬의 행색을 볼작시면,
고운빛 한줄기 정도는 있을 법도 하련만
삼생업장 덕지덕지 캄캄하기
도둑놈 소굴 같고,
맑은 기운 막힌지는 삼천갑자가 지난 듯
만이천 봉 때가 되어
켜켜이 쌓여 있고,
멍텅구리 욕심쟁이 벽창호 짬뽕이니
밝은 지혜 애시당초 운위불가라.
하는 짓 들여다 보니,
여느 필부필부처럼
무엇인가 가진 듯, 품은 듯, 쌓은 듯, 베푼 듯
이리 드러내고 저리 보이곤 하네.
일푼도 안되게 쪼그라든 주제에
제법 넓은 듯 깊은 듯
허언하고 자위하는 모습이라니.


그런데 어느날 쌓이고 쌓인 업진 사이로
한줄기 빛을 보고
자신을 하늘거울에 비춰보네.
희미하게나마 비추인 자신의 모습
낮도깨비인지, 몽달귀신인지, 저승사자인지
인심인지, 수심인지, 어심인지
허허 기막히고 코막히고 입까지 풀칠되는 상황이로고.
어이할까 어이할까 이를 이를 어이할꼬
한숨에 눈물에 속으로는 피눈물까지
땅꺼지고 다리 풀리고 눈까지 가물가물.
히포크라테스, 화타, 허준, 서장금
그 누가 이 몰골 보아줄 수나 있으려나
누군들 선뜻 이 모습 원형회복할 수 있을까.
비뚤어지고 찌그러진 눈코입이라면 가능할 터
천리길 나락에서 길을 잃고 부유하는 이 모습
뉘라서 사랑하고 자비할까.
예수님, 부처님, 한울님, 천수천안관음님
절세의 성인이고, 명의들이시건만
혀를 끌끌 차시네.


이 때 하늘의 벽력 같은 한 마디, ....결자해지....
하늘의 아름다운 음률이 땅의 부드러운 기운과
감고 돌며 내리는 듯 오르고
왼쪽으로 구르는 듯 오른쪽으로 휘감고
곤두박질치다가 차고 오르는 거대한 소용돌이
땅끝에서 하늘까지 황홀찬란한 볼텍스 토네이도
생물, 무생물, 거물, 미물 모두모두 살리는
우주의 기운교합.
개구리 개골개골, 강아지 멍멍
금붕어 뽁뽁, 지렁이도 꿈틀.
해바라기 방긋, 나팔꽃 뚜뚜
낙락장송 으쓱, 패랭이도 배시시.
산 우뚝, 들 들썩, 강 출렁
바다 잔잔, 바위도 돌돌돌.
쿨한 철수씨 하하하, 시크한 영희씨 호호호
단군님 핫핫핫, 청산님도 염화시중.
지구 뱅뱅, 태양계 이글이글
은하계 반짝반짝, 선계도 득도해탈.


스스로 추스르고 현묘한 우주기운과 하나되려
손없는 손, 귀없는 귀, 발없는 발로
길없는 길을 들어서고자 작정한지
이제 이태.
이래저래 시간 지나니
중기 지나 건곤이요
건곤지나 원기의 문턱이라.
오르기가 겁이나 머뭇거리자니
예서제서 소근소근 수근수근
머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로고.
용기를 백배하여 문턱에 올랐으나
눈앞이 어질어질 다리가 후들후들
이리도 부족한 몸, 캄캄한 마음으로
무엇이 어떻게 가능할지 아직도 답답하네.
오직 버리고 놓으며
하늘이시여, 자연이시여, 우주시여
맡기면 된다는데.
버리고 버리면 못버릴 리 없건만
무슨 미련이 그리도 남는지.
세상 만물 헛되고 헛되도다
돈오한 선각들이 그리도 많건만
아둔한 중생심을 벗기가 서운한지.
스스로 자성하길 거듭거듭 수차례
하지만 돌아서면 오욕속진 화택이라.


이제 다시 한번 이끄시는 분들따라
고운 빛, 맑은 기운, 밝은 지혜
갈고지고 닦고지고.
정신일도 하사불성
가슴속에 뜨겁게 안고
참마음 항심으로 오체투지 기도하며
‘원기’속에 무념무상 침잠하는
꿈부터 꾸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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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태 2003-12-27 14:45:29
그 승단 판소리 한 번 질펀합니다.
수련에 용맹전진을 기원하며,
미리 원기 승단을 축하합니다.
원장 2003-12-27 18:39:12
국선도는 호흡을 통해서 몸으로 하늘을 배워나갑니다.
취하려는 자신을 토하는 호흡속에 내려놓고 하늘과 연결된 자신을 체득해나가는 소중한 시간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정사범 2003-12-28 12:28:02
.왠지 수련기가 기다려지시는분
멋진판소리속에 고뇌에모습. 이럴수있는마음이 더아름답습니다.
우희자 2003-12-29 13:45:43
멋진 꿈. 행복한 꿈 꾸시옵소서.
붉은 띠 승단을 축하드립니다.
천 지숙 2003-12-31 22:33:22
.마음 하나 붙들고 이렇게 노래할 수 있다니!
김 지하의 시를 읽는 줄 착각이 일었어요
2003년 마지막 날 깊은 감동으로 행복하게 해 주시네요
새해에도 멋진 글 종종 뵙게 되기를 더불어 꿈구어 봅니다. 승단 축하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