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것도 가끔은 축복이다
이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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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도반님들 .
이번 승단자도 아니고, 국선도를 시작한지 벌서 3년이 넘었지만 이제 겨우 입문호흡의 의미를 깨달은 것 같습니다.

양지 수련원으로 옮긴지 3개월정도(?)...이번에 생활강사 교육을 받았고 초심으로 돌아가 수련에 더 노력하자는 마음으로 수련기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제목을 보고 어이없어 하실 분들도 있으실 것이고, 철없는 말에 혀를 차실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아직은 젊은 사람(?)의 애교로 봐 주시고 웃어 넘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국선도를 시작할 때 건강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 커서였던지 아니면 아직은 20대(후반)이어서 였던지 평소 “국선도 수련”이란 말을 줄곳 썼으면서도 그저 운동을 하였습니다.
요가나 째즈댄스를 하듯이 유연하지 못한 몸을 유연하게 하기 위해, 힘들지만 최대한 바른 자세로 오늘은 이만큼, 내일은 이것보다 조금 더 숙여지기를 기대하면서 도장을 다녔습니다. 몸의 상태보다는 조금 힘들다 싶을 정도로 강도를 줘서 스트레칭(준비운동)을 하니 당연히 몸도 많이 부드러워지고 근육도 잘 발달 하는 것 같았습니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몸이 잘 숙여지고 행공동작도 별 어려움 없이 이루어지니 수련을 잘 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나름 만족하고 있는데, 한사람 두사람 호흡과 의념집중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더군요.

수련이 깊어질수록 중심(단전)을 보게 되고 편안하고 깊은 숨을 쉬게 된다고 했는데, 저는 어찌 된 영문인지 시간이 지나도 잡생각은 여전하고(아니 더 많아지고), 여전히 호흡을 잘 하고 있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는 답으로 일관 하고 있을까?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괜히 생각을 더 붙들어 두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소리를 듣고
몸이 숙여지고, 얼굴이 상기되거나 가슴이 답답해지지만 않으면 어찌되었든 되고 있다는 듯 아니겠어? 라고 생각하며 넘겨 버리기로 했습니다.

바빠진 일과 결혼준비로 어느 순간 도장에 가는 일이 뜸~해지고, 한달에 한두번 가는 달도 생기더군요.
몸은 지치고, 하던 운동을 하지 못하니..몸이 더 쉽게 피로해지고, 급기야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았습니다.(물론 정형외과나 한의원 모두 병에 대한 진단이 달랐습니다만.) 한동안 디스크 치료를 위해 정형외과 물리치료도 받아보고, 한의원에서 침도 맞아보고 기력이 허하다 하여 한약도 먹어보았습니다. 처음 병의 시작은 장시간 앉아 있으면 허리가 좀 불편하다 였는데, 치료를 받으러 다니면서 증상이 더 악화되더군요.
억지로 허리뼈를 잡으려 견인치료라는 걸 하니, 몸이 견디지 못해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고문이 되었고, 이 치료를 더 하다간 그냥 쓸만하던 허리를 아예 못쓰게 될까봐 치료를 그만 두기로 했습니다. 디스크의 경우(수술을 할정도의 심각한 경우가 아니면) 한의원이 더 나을것이라는 입소문을 듣고 한의원으로 달려 갔죠.
디스크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소견(4~5번 허리뼈 사이가 조금 좁아져 있는정도)으로 의사는 봉침을 제안 했습니다. 일주일에 2~3번 침을 맞고..통증이 일주일 이상 없으면 그때는 치료를 중단하자고 했습니다.
야근을 하거나, 너무 장시간 앉아서 집중해서 일을 할 경우가 아니면 허리는 아프지 않았는데도, 일단 병은 털어버려야 한다고 생각해 3주정도 침을 맞았네요. 그런데 이상한 것은 침을 맞으면 더욱 기운이 빠지고 침을 맞은 그날은 온종일 속이 메슥거리고 소화도 되지 않는 것이었어요.

치료를 받으러 다니면서 국선도에 대해 새로운 관점이 생겼습니다.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 외에 디스크 환자가 해야 할 운동으로 적당한 동작들을 인쇄한 종이도 같이 줬었는데, 그 동작들이 국선도 동작들과 비슷하거나 살짝 변형 된 모습이었습니다.
그나마 특정 근육을 강화하기 위한 동작들이어서 국선도에 비해 많이 빈약하다고 해야 할까요!
우선 허리가 덜 아프게 하거나, 나아지게 해야 하니 가능한한 회식이나 야근을 줄이고, 약속은 최대한 주말로 미뤄 도장에 한번이라도 더 갈수 있을 방법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허리가 아프니 동작을 하던 호흡을 하던 일단 몸 상태를 살피게 되더군요. 전 같으면 생각 없이 따라 하던 동작들에 이정도면 괜찮을까, 더하면 무리가 되지는 않을까...등등 몸이 원하고 가능한 범위를 지켜보게 된 것이죠.

그때 쯤 생활강사 교육을 받으러 갔습니다.
평소 같으면 굳이 휴가를 내면서까지 교육을 받으러 갔을까요?
교육은 2박3일 가던 날 10시부터 마치고 오는 5시까지 아주 타이트하고 꽉 차 있었습니다.
건곤단법 까지 수련하면서 우리가 도장에서 하는 행공이나 기신법, 입단행공 등등에 대해 도장에서 듣기 힘든 상세한 설명을 듣게 되면서 동작 하나 하나 왜 그렇게 구성되었는지 지도자가 하는 데로 따라 하기만 해도 몸이 좋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수업의 많은 부분이 수련시 마음의 자세, 호흡의 자세에 할애 되어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나름 충격 이었습니다.
교육을 받으러 가면서도 여전히 운동이라는 측면 정확한 자세와, 정확한 방법들 등등..에 더 신경을 쓰고 있었다는 뜻이겠지요.
그중 인상적인 말씀이 내가 꼴찌라는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라는 말씀이 있었어요.
꼴찌라는 것이 나태하고 게으르게 모든 것을 체념하라는 뜻이 아니라, 더 이상 낮아질 데가 없는 사람인 것이지요. 그러니 주변을 사람들을 더 높이게 되고 마음은 더 낮아져 몸을 생각하게 되고, 몸에 맞게 하면 마음은 더 편안해지고 그래서 호흡은 더 깊고 풍부하게 들어오는 진정한 下心을 갖춘 사람 이라고나 할까요!
국선도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잠시였지만 대자연의 기운이 몸으로 스며드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제서야 모든 걸 내려놓는다는 말씀을 조금 받아들였다고나 할까요.

아픈 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어떻게 하면 덜 아플까...나아질까...였겠지만
일에 의한 스트레스 보다는 주변사람들에 대한 입장의 스트레스가 더 심했던 것 같습니다..
나로 인해 무엇보다 같이 지내며 하루하루를 지켜보는 남편이 마음고생을 많이 하고 있지는 않을까? 부모님은 어떤 심정이실까...친한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손해보는 기분은 아닐까...등등
그들은 어쨌든 잘 참고 보아주고 있구나...
아픈 사람들은 스스로 아파서 힘든 것 외에도 많은 것으로부터 힘들었겠구나.
그리 심각한 병증이 아니어서 이렇게나마 안도하며 삶의 방식을 선택 할 수 있겠구나.
나를 살피지 않으면 내가 중심이 바로 서지 않으면 주변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영향을 주고 또 받겠구나.
짧게나마 아픔이란 것을 경험함으로서 저에게 이렇게나 좋은 많은 사람이 주변에 있다는 것을 새삼 발견하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제가 방황하고 중심이 서지 않으면 그만큼 불편하고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
이런 경험이 없었다면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지나서야..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아니 하긴 할까?
아팠던 것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각할 한 템포의 여유와 경험의 시간을 주었구나 감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잠시 있었던 병변으로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이 부끄럽지만 이번을 계기로 몸을 마음을 세심히 관찰하게 됩니다.
처음 지도해 주시던 사범님(그당시는 수사님 이셨지오...)께서 국선도 강해 책을 선물로 주시며 “모르면 우연이고, 알면 필연”이라고 메모해 주셨습니다.
가장 가까운 운동시설이 국선도 도장이어서 우연히 시작한 운동이지만 이것이 필연이었단 것을 깨닫습니다.
우연한 아픔(?)으로 더 많은걸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아픔이 아니라 성장할 기회를 주는 필연을 만났습니다.
도반님들도 국선도와 연을 맺으셨으니 멋진 인연으로 승화 시켜 보심은 어떨까요.

편안하고 고요한 마음으로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대자연과 하나되시는...멋진 생활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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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 2007-08-30 12:15:11
수련은
진정한 사랑으로 자신을 비워 단전에 내려놓고
하늘에 맡기는 것입니다.
수련의 참맛을 체득하시고 보다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삶이되시길 기원합니다.
이정수 2007-09-03 12:36:43
음 ..... 수련에 대해서는 갈수록 뭐라 이야기하기가 어려워지는것 같습니다. 뭔가 느껴지고 뭔가 되는듯 하다가는 벽에 부딪히게되고.... 그래서 심신을 편안하게 이완하고 쉬는 것부터 다시 시작하곤 하지요. 그래도 다행인건 그러면서 조금씩 마음이 고요해지고 평온해져 간다는겁니다. 어쨌든 앞으로 꾸준히 함께 수련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정옥 2007-09-03 14:50:35
웃음이 원래 많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봐요...
항상 운이 좋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운이좋다기보다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전보다 훨씬 자주 미소가 띄워지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택수 2007-09-03 16:40:55
안녕하세요 밤생이님
처음 뵈었을때 밤생이
두번째 뵈었을때 알밤이
세번째 뵈었을때 꾼밤이
구수합니다. 다음에 언제 꾼밤 먹어러 갑시다. 감사합니다
이승종 2007-09-09 10:56:11
어느분 인줄도 모르고 제목이 범상치 않어 들어와 읽어보고
토요일이면 저희 10시 시간에 나오셔서
범상치 않는 자세로 행공하고 계시던분임을 알고
반가웠읍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가끔 자세 지도 부탁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