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함께 하는 도반님들, 감사합니다 - 엄소현 김상곤 200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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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가 국선도에 입문하여 대견하게도(?) 해를 넘겼습니다. 열심히 마음 내어 한다고는 하였지만 세상의 속기로 가득 찬 영혼을 명징하게 하는 것은 집채만한 쇳덩이를 숫돌에 갈아서 무딘 바늘이나마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부부 즐겁고 환희로운 마음으로 국선도를 만나는 큰 인연을 가졌으니 이 인연 고개 숙여 따르렵니다.

얼굴에 미소 띠고, 가슴에 사랑 담고, 마음에 평화 품고, 영혼에 우주 안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아가렵니다. 양지수련장 도반님들 따라서 가고 또 가렵니다. 원장님 사범님의 인도 속에 청산님 청운님 무운님을 품에 안고 함께 가렵니다.

죄송함을 무릅쓰고 함께 나누는 고마운 도반님들을 만인보를 작성하듯 진지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서툴지만 그려보고 싶습니다. 우리 부부의 어설픈 중기단법 행공동작 만큼이나 어줍잖은 일이지만 도반님들의 선도와 공동호흡 덕분에 오늘까지 수련해온 고마움을 이렇게라도 전하고자 합니다.

1.

엄하고, 고집 세고, 강한 성품을 때때로 드러내시던 '산중거사' 같은 영감님.
마나님 위하고 손자손녀 돌보고 본인 자신은 그 다음인 듯한 그 분의 마음자리
우리 가슴을 뭉클하게 했지요.
70 평생을 맑음과 깨끗함으로 채운 듯한 그 모습이 지난 날의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현재화한 앞날의 바람을 생각하게 한답니다.
그런 그 분이 가정사로 한참동안 모습을 안 보여 주시네요.
큰 키와 성성한 백발이 어우러지며 나오는 선인의 모습이 늘 눈에 선합니다.
혹여 건강지에 실린 선풍도골의 당당한 자태로 한턱내시라고 한 게 부담되어 그러시는지
유치한 생각마져 듭니다.
언젠가 베풀어주신 샤니빵 한 상자로 충분한데 ...
'모든 것을 이기시고 빨리 보여주세요'를 소리 없이 외쳐 봅니다.

2.

'수사님, 수사님, 우리 수사님'
이 말이 자연스럽게 입안에서 되뇌이게 하시는 분.
국선도 수련이 인간의 겸양지심을 어디까지 길러 줄까를 보여주는 전형 같은 분이지요.
기도와 기도하는 마음과 기도하는 자세로 늘 살아가는 듯한 모습
그 분이 좋아하는 테레사 수녀 같은 마음의 깊이를
범인이 어찌 헤아릴 수 있으리오.
오늘은 전쟁, 사고, 재앙, 폭력 등으로 잔뜩 찌푸린 날입니다.
얼룩지고 뒤숭숭한 이 세상,
자애로운 기도와 따뜻한 손길이 마냥 기다려집니다.

3.

언제나 한결같은 밝음과 열정으로
우리를 저절로 끌리게 하는 '마력'을 지닌 수사님.
항상 경락이 활짝 열리고 기순환이 물흐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그 분의 목소리
기의 세계, 선도의 세상으로 함께 가자고 모두를 아우르는
빛의 소리인 듯합니다.
인간사에 적극적으로 관심 갖고 안타까워하는 몸짓
사랑과 연민이 가슴을 가득 채우고 있는 행복한 분이시지요.
아픔과 고뇌를 딛고 일어선 선도인의 참모습을 모두에게 증거하고자 하는 모습
빛나고 아름답습니다.

4.

동자승이랄까 복사랄까 맑고 고운 그 모습
명경지수 속에 비친 하늘이어라.
수줍은 듯 미욱한 듯 순수하고 깨끗한 그 자태
만인의 가슴속에 숨어 있는 거울이어라.
인간의 오욕칠정, 불가의 십이 인연, 하늘이 경계하는 10가지
이 모두와는 전혀 무관할 것만 같은 젊은 지도자
그러나 달리 보면 번뇌와 고통을 곰삭여 안고 있는
인간냄새 물씬 나는 맑은 영혼인 듯.
군더더기 없는 필수품들로만 이루어진 몸
그 몸에서 나오는 유연한 품새에는 기운과 열정이 향내처럼 번집니다.
그 향에 우리의 몸도 흠뻑 적시고 싶습니다.
고집멸도 사성제를 깨닫고 만인을 이끄는 큰 선도인이 되시리라 믿습니다.
믿고 말고요.

5.


설움과 한으로 응어리진 삶의 고통을 떨치고자 안타깝게 몸부림치는 맑은 영혼.
분노와 좌절이 묘한 앙상블을 이루는 가운데
모두를 감사의 빛으로 감싸안고자 하시는 분이지요.
빛이 바다를 이루니 우주가 거기에 있을 듯합니다.

곱디고운 말씨 속에 수많은 삶의 무게를 온몸으로 지탱하는 분.
온 가족 친척이 모두 나와 공동 수련하는 그 모습 다들 부러워하지요.
여림과 부드러움 속에서 아름다움과 행복이 우러나오는 듯합니다.
모든 것을 다 털고 선인의 경계에 다가가고자 하는 그 열정
우리네 가슴에 와 닿지요.

다부진 몸매, 열정적 수련
최선을 다하면서도 늘 부족함을 느끼고 호소하는 진지함 이 모두를 갖추고 있는 분.
그 분이 마음을 열고 온화함으로 정겹게 함께해 주시니
수련장에 기뻐하는 마음들이 가득하지요.
구수한 사투리에 유머 섞인 어투가 우리를 행복하게 한답니다.

6.

찰나 중의 찰나의 스치는 인연으로 아쉬움을 자아내는 분들도 계시지요.
어디에 계시던지 강녕하시고 선도의 따뜻함을 간직하며 지내시길 바라지요.

조금 나오셔서 길벗이 되는 듯하다가 외국 갔다 석 달 정도 후에 오시겠다 해놓고 해가 바뀐 지금껏 오시지 않아 궁금하게 하시는 분도 계시고요.

또 학기 중에는 '공장'을 돌리느라고 바빠서 자주 못 오시지만
방학이 되면 열심히 수련하시겠다 하신 나이드신 '공장선생님'.
겨울방학 내내 잔업을 하시느라 못 나타나시는지요.
오실 때마다 수련에 관한 기초적인 질문을 아주 진지하게 하시던 그 모습이 아련합니다.

7.

미흡한 글월 폐가 되지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지도자님들과 도반님들 모두에게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함께 계속 가시지요. 우리 이 길을. 우리 부부도 즐거운 마음으로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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