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후편을 기대하며
이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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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 어느 날부터이니 국선도를 시작한지도 만 10개월째를 향해 가고 있다.
돌이켜보면, 약한 기초체력과 예민한 성격 때문인지 건강하게, 몸과 마음이 평안하게, 지냈다고 말할 수 있는 시기는 별로 없었던 듯하다. 학창시절 언제부턴가는 자세도 구부정하고 몸도 뻣뻣해지기 시작해서 몸이 굉장히 불편하게 느껴졌는데, 조금씩 심해져서 이삼년 전부터는 두통과 오른쪽 어깨가 결려오기 시작했다.
재작년에 오랜 외국생활에서 귀국한 후로는 피로감이 더 심해지고 조금만 힘들면 머리가 아픈 생활이 몇 달간 지속되었다.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되겠다, 뭔가 해야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전호흡이 좋다는 말은 오래전부터 들어왔었고, 한 때 국선도를 했었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는 친구의 권유도 있고 해서, 양지 수련원에서 국선도에 입문하게 됐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나오지만 처음 며칠 인사며, 훈제창이며, 모든 동작들이 왜 그렇게 어색하던지. 등 구르기를 하면 굴러진다는 느낌보다는 바닥에 부딪힌다는 느낌이 오고, 발가락을 잡아야 하는데 발목은커녕 무릎근처를 잡아야 했을 때의 그 난감함이란. 처음 한 달이 지나고 좀 바빠지기 시작하니까 가뜩이나 힘들게 느껴지던 수련이 더더욱 힘들게 느껴졌다. 머리가 아픈데 수련을 하고 나면 더 힘들게 느껴지고 해서 일주일에 한 번 가는 둥 마는 둥 하는 것이 두세 달 지속됐다. 계속해야 될까 하는 회의도 들기 시작했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일주일에 세 번은 꾸준히 해야 제대로 단련이 된다는 어느 도반님과 사범님의 말씀을 듣고 다시 심기일전해서 수련을 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아직도 많이 뻣뻣하고 자세도 구부정하지만 수련이 계속 될수록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등 구르기도 훨씬 부드러워지고 행공일이 80여일이 지난 후 부터는 드디어 발가락도 잡을 수 있게 됐다. 행공을 하다가 힘이 달려 드러눕곤 했었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25개 동작을 다 마치고 마무리 운동도 몇 가지 빼고는 비슷하게나마 따라 하고 있다. 머리 아픈 것도 좀 뜸해 진 듯하다. 하지만 아직은 일상생활에서 느껴지는 진전이 수련장에서 느껴지는 것 보다는 좀 덜하다는 느낌이다. 좀 더 정성을 다해 지속적으로 수련을 하면 일상에서도 원기와 활력을 느끼는 날이 오리라 믿고 있다.
어느 새 불혹을 넘겼지만 망설임과 흔들림이 너무 많다. 몇 년이고 계속 수련을 하다보면 몸의 건강뿐 아니라 마음의 평안을 찾아 나와 내 주위를 좀 더 여유롭고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겠지 하는 기대를 안고 중기후편을 시작하고자 한다.
그동안 애써주신 수사님, 사범님, 원장님께 감사드리며, 다른 도반님들과도 좋은 인연이 계속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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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 2006-06-03 17:45:15
지금의 자신의 몸은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의 나타남이라고도 볼수있습니다.
우리가 몸이 굳은것은 마음을 좀더 부드럽게 가지라는 몸의 소리일수도있습니다. 수련을 하며 이를 알게되니 얼마나 감사합니까
중기후편 과정을 통하여 수련의 깊은 변화를 체득 하시길 기원합니다.
신춘순 2006-06-08 20:31:07
처음과 너무 많이 달라진 모습에 놀라시죠?
맑고 밝은 모습으로 수련하셔서 3시반 타임의
기둥이 되어주세요~!!
승단 축하드립니다
정사범 2006-06-14 11:31:45
조금씩 편해져 가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지금처럼만 꾸준이 이어가시면 몸도 맘도 더욱 행복해지실겁니다.
행복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