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랑 - 모애경 2001-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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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슬러 올라 2000년 12월의 눈이 많이 쌓인 내 생일날, 남편은 내게 생일 선물을 주었다. 국선도 3개월수련비+자신의 3개월수련비가 든 하얀봉투... 별로 달갑지 않았다.

23년동안의 결코 짧지 않은 직장생활을 이제겨우 벗어버리고 그야말로 꿈에도 그리던 자유를 찾았는데,당분간 최소한의 행동만하고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지...정말 쉬는것처럼 한번 늘어지게 게으름을 피워볼거야... 이렇게 마음 먹고 있는데 매일 제 시간에 국선도장에 나가서 단전호흡을 하라니,그당시 내게는 작은족쇄를 채워주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성의를 거절한다면 앞으로의 결혼생활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 같아 내색하지않고 일단 받기로 했다.국선도장을 들어서는 데 내 마음을 아시는지 원장님은 반갑게 맞아주셨다.

드디어 수련시작... 어차피 시작한 것이니 열심히 한번 해봐야지! 3개월간을 하루도 거르지 말고 열심히 해보아야겠다. 그런 내가 대견스러운지 남편은 기뻐하며 다른 학원도 보내주겠단다. 맙소사!그런게 아닌데...

매일 1시간20분씩 수련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날마다 빠지지 않고 가는것도 수련이라 생각하며 열심히 하였다.
단전호흡을 시작하고 얼마후, 마음이 환해지는 듯하고 항상 알 수 없는 불안감, 일어나지도 않은일에 대한 막연한 걱정들이 내 마음의 병 이었는데 어느사이엔가 안개가 걷히 듯이 싸악 걷히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한달에 한두번 스트레스성 두통으로 하던 고생도 사라지고 어쩌다 머리가 아파도 약을 먹지않고 나을 수 있게 되었다.

"진정 감사한 마음"이 드는 순간에는 내 가슴이 터억 소리를 내며 가슴뼈가 제자리를 잡은 듯하고 가슴이 실제로 열린다는것을 알았다. 눈앞의 급급한 것에만 마음을 빼앗겨 고개한번 제대로 쳐들고 숨한번 편히 쉬지 못했던 내가 이제는 가끔 눈을들어 하늘을 바라보고 하아얀 구름도 쳐다보고...
길을 걷다가 길가 한 귀퉁이에 피어있는 들꽃에 마음도 빼았겨보고... 이렇게가끔 동심으로 돌아가 보기도 한다.
어느덧 수련한 지도 3개월이 지나 6개월이 되어 가는데 사실 생활하다보면 빠지는날도 더러 생기지만,평생의 수련으로 삼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잘 지켜야지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지난겨울 남편이 나에게 준 것은 생일 선물이 아니라 평생에 잊지 못할 소중한 사랑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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