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정 - 정 현 숙 2002-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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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도 수련기

한 두 해 전부터 이제는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쩍 피로 회복이 늦어지고 집중력도 떨어지면서 건강에 대한 위기 의식이 느껴졌던 것이다. 건강 진단 결과 특별한 이상은 없다고 하였지만, 몸이 무겁고 쉽게 지쳤다. 집안 일과 학교 일이 자꾸 밀리고, 늘 피곤하였다. 평소 전통 수련법에 대하여 관심이 많던 터에, 나는 한의사와 친지의 권유를 받아들여 국선도에 입문하기로 결정하였다. 새해 첫날부터 시작하기로 결심하였지만 하루 이틀 미루다가 보름이 지나서야 양지수련장을 찾았다.
첫날 사범님께서는 국선도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설명하시면서, 국선도를 몸과 마음의 정화작용이라고 정의하셨다. 사범님의 말씀을 듣고, 제대로 찾아왔다는 확신이 들었다. 사범님께서 주신 <국선도 강해>와 국선도 관련 잡지 몇 권을 읽고, 국선도 사이트를 찾아보면서 열심히 하고 싶었다.
수련을 시작하면서 나는 비로소 그 동안 방치되었던 내 자신과 만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 만남을 결코 쉽지 않았다. 몸 구석구석을 살피면서 정성껏 운동을 하라는 사범님의 말씀을 들으면서도 내 생각은 몸을 떠나 잡념과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으며, 그것 때문에 호흡을 단 한 번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잡념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할수록, 잡념은 더 집요하게 나를 묶었고,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수련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수련을 잘 할 수 있는 정확한 방법을 배우고 싶었지만, 그것도 만족스럽지 못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원장님께서는 나를 부르셔서 국선도 대학에서 파견 나왔다는 젊은 분과 함께 호흡을 하게 하셨다. 너무 편안하고, 처음으로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뒤 그 때의 체험을 떠올리면서 열심히 호흡하였지만, 그런 느낌이 쉽게 느껴지지 않아 더 안타까웠다.
조바심 속에서 작은 깨달음이 시작되었다. 문득 잘 하고 싶은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아울러 일상의 욕망으로부터도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 수련장으로 향하면서, 1층에서는 나의 직업을, 2층에서는 엄마의 자리를, 3층에서는 아내의 자리를, 4층에서는 일상의 자신을 차례로 벗어놓기 시작하였다. 수련장에 들어와서는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것에 진정 감사하였다. 그러자 비로소 내 몸과 마음이 하나됨이 느껴졌다. 두 손을 모으면서 지금 나는 지구의 끝을 밟고, 맑고 밝은 하늘 앞에 서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모든 중심을 단전에 모으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그것이 생각대로 쉽지는 않았다.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익힌다는 것은 한 치의 거짓이 없이 매우 정직하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차츰 호흡이 자연스러워지고, 몸과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동안 수시로 나를 괴롭혔던 편두통과 소화불량증이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하였고, 주위의 사람들은 내 얼굴이 좋아졌다고 하였다.
입문한지 6개월이 지난 지금, 몸과 마음이 한결 가볍다. 이 자리를 빌어 국선도 계승에 헌신하신 모든 분들과 지금까지 성의있게 지도해주신 두 분 사범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두 분의 끊임없는 격려와 성의있는 가르침이 없었다면 이 작은 성과는 결코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 나는 삶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이 가득 들어있는 커다란 밭의 한 귀퉁이를 밟고 기뻐하고 있는 심정이다. 밭을 잘 일구어서 보물을 얻으려면 끊임없이 정진하여야 하리라. 사랑하는 이웃에게도 이 기쁨의 비밀을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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