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보며 - 정재형 2002-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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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결혼한지 1년만에 첫아이를 낳았다. 출산 휴가를 마치고 직장에 복귀하였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뚜렷한 이유없이 너무나 피곤하고 감기에 자주 걸리게 되어 병원 출입이 잦아졌다. 평균 45킬로그램이었던 몸무게가 40킬로그램 미만으로 떨어졌을 때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갑상선 검사를 받으니 갑상선 기능 저하라는 결과가 나왔다. 매일 약을 복용하고 충분한 수면과 영양 섭취를 해야하며 평생토록 약을 복용해야 할 수도 있다고 하였다.

그 후로 양약과 한약을 병행하면서 일상 생활을 하는데 크게 불편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수시로 목과 어깨가 굳어져서 침을 자주 맞았고 항상 목소리가 잠기고 목에 뭔가 걸려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6개월에 한번씩 검사를 했는데 92년에 정상 수치로 돌아 왔다고 해서 약 복용을 중단했고 그 해 둘째 아이를 임신했다. 임신 초기에는 입덧이 너무 심해서 직장을 그만 두었다. 출산 후, 점점 몸이 나른하고 입맛도 없고 조그만 일에도 짜증이 나고...... 6개월이 지나도 생리가 없자 한의원을 찾았고 한약을 먹은 후 갑상선 검사를 하니 재발되었다고 했다. 다시 양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한달에 한번 꼴로 심하게 체했다. 그 증세(속이 울렁거리면서 명치 부분에 뭐가 걸린것 같고 머리가 심하게 아프고 어지럽고)가 나타나면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약을 먹고 죽을 먹으며 하루가 지나야만 가라 앉았다. 증세가 나타나는 주기가 점점 짧아지더니 일 주일에 한번 꼴로 괴로움이 찾아왔다. 위 내시경 검사도 몇번 했지만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나중에는 허벅지 안쪽에서 발목까지 알레르기 피부염이 나타났다. 알레르기 전문 병원에서 두달정도 치료(주사 2대를 맞고 15-20분 정도 지나면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허공 속을 걷는것 같고 몸이 바닥으로 가라 앉는 듯 했다)를 받았지만 완치가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의사 분의 도움으로 피부염은 치료 되었고 그때부터 일체의 양약을 끊고 2년동안 한약만 복용했다. 그 덕에 어느정도 몸이 좋아졌고 운동으로 요가와 헬스를 1년정도 하다가 쉬었는데 다시 갑상선 수치가 정상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다. 그래서 갑상선 약을 또 다시 복용하면서 건강 보조 식품에도 의존해 봤지만 심하게 체하는 증상은 한달에 한 두번 정도 계속 되었다. 식사 후에는 소화제를 먹어야 안심이 되고 밥보다는 죽을 먹어야 마음이 편했다.

2000년 초, 약침으로 병을 고친다는 한의사를 만나게 되었다. 약침과 한약으로 점차 몸이 좋아졌지만 항상 몸이 무거웠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고 저녁에는 다리가 붓고 무거웠다. 단전 호흡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될 거라는 권유에 2001년 6월 국선도장을 찾게 되었다.

준비 운동 후 자리에 누워 가슴에 숨을 바라보는 것이 어색하지 않고 금세 편안하게 다가왔다. 수련 시간 전 바닥에 누울 때면 그 순간 어깨에 얹혀있던 무거운 베낭이 내려지면서 내 몸이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숨을 들이쉴 때는 밝은 빛이 내 몸 전체로 퍼진다는 생각을 하고 숨을 토할때는 더 밝은 빛이 내 빛과 합해진다고 생각했다. 명상 시간에는 자연 속에서 내가 작은 자연물(꽃, 나무, 벌레...)이 되어 산과 물, 흙과 함께 숨쉰다는 마음도 되어 보고 구름 위에, 나뭇잎 위에, 흐르는 시냇물 위에 내 자신을 놓아 보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숨이 단전으로 빨려 들어가고 내 자신이 한없이 작아 지는 것을 체험하기도 하였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기운 없어 보이던 내 얼굴이 많이 밝아졌다는 얘기를 들었고 나의 일상 생활이 점점 즐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식욕도 좋아지고 몸이 가벼워졌으며 특히 다리가 붓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게 되었다.

호전현상도 겪어 보았는데 맨 처음 나타난 증상은 몸살기가 있는 것처럼 온 몸, 특히 팔 다리가 욱신거리다가 3-4일 후에 없어졌다. 며칠동안 허리가 아프다가 괜찮아지기도 했다. 어느날은 왼쪽 목부터 어깨에서 허리 바로 위까지 딱딱하게 굳어서 목을 왼쪽으로 돌릴 수가 없었다. 이틀동안 침을 맞았는데도 효과가 없었다. 하지만 신기한 것은 행공을 하는 동안에는 전혀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열흘째 되던 날 아침, 모든 통증이 씻은 듯이 없어졌다.

중기 단법 후편의 행공을 하게 되면서 단전에서 돌아가는 숨도 바라보게 되어 몸과 마음의 상태가 아주 좋았는데 겨울에 스키를 자주 타러다니면서 약간의 피곤함이 느껴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갑상선 검사를 하니 정상수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의사 선생님도 가벼운 정도이니 크게 염려하지 말라고 하셨고 한의원에서도
검사를 했는데 한약 복용시 갑상선 수치가 정상일 때보다 오히려 한약을 먹지 않으면서 갑상선이 재발한 지금의 상태가 훨씬 좋다고 하였다.

요즘 다시 갑상선 약을 복용하고 있지만 예전처럼 힘들지는 않다. 음식을 먹을 때 두렵지 않고 소화제도 멀리하고 잠도 잘 자며 심하게 체하는 증상도 슬그머니 사라지고 있다.

수련하면서 부족한 점이 많고 모자람 투성인 나를 처음으로 사랑하게 되었고 그 동안의 고통을 참고 견뎌온 내 몸에게 고마운 마음을 보내며, 나의 소중한 가족에게도 따뜻한 아음을 보낸다.

국선도를 통해서 스트레스에 무기력 했던 나의 몸과 마음이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얻게 되었다. 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제압한다는 말을 되새기며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간직하며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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