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있기 연습
이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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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있기 연습

한 과정을 마치고 다음 과정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졸업시즌이다
되돌아 보니 국선도에 입문한지 5년, 노란띠를 두르고 수련을 한지 3년이 지났다. 중기와 건곤을 충실히 하고 원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냥 승단한다
도반님들이 왜 승단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마땅한 답을 찾지 못해 그냥 옷고 지나쳤다. 수련의 깊이가 두부모 자르듯이 띠색갈 처럼 구별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 나의 교만한 마음을 지적할 때 당황스러웠다 욕심의 또다른 모습이다
정을병씨가 쓴 생활명상에서 언급한 글이 생각난다
“기도와 명상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기도는 마음에다 욕망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고, 명상은 욕망의 씨앗을 걷어 내는 것이다 명상은 조금씩 욕망을 없애는 것이다 욕망이 없어지면 인간의 마음에는 무한한 평화가 온다”
세월이 흐른 까닭에 수련의 깊이와 관계없이 나도 빨간 띠를 두루기로 결심했다 수련생인 나로 인해서 원장님 및 주변 도반님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수련하는 사람의 자세는 더욱 아닌 것 같다

나는 자신에 대한 칭찬에 인색한 사람인데, 초심의 한결같은 마음은 아니지만 그래도 중도에 하차한 사람들을 보면서 긴호흡의 자세로 수련을 이어온 내 자신에게 우선적으로 격려하고 칭찬하고 싶다. 나 자신에게 어떠한 보상을 줄까 아니 내가 자신에게 보상한다는 것 보다 어느날 변화된 모습에서 신이 손님처럼 찾아와 나와 함께 머무르는 순간 진정 선물로서 주어지는게 아닐까

나는 공간적으로 보면 기가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의 중간쯤에 있으면서 통로 역할을 한다면, 보이는 세계와 기의 중간쯤에 있는 것이 호흡이 아닌가 생각한다. 호흡을 하면서 불편해 하기도 하고 편안해 하기도 하지만 그 호흡이라는 배를 타고 한번도 경험한 바 없는 내면 침묵의 세계로 가는데 제대로 근접하지도 못하고 시도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편, 호흡 자체에 매달려서는 완전한 명상상태에 들어갈 수가 없는데, 명상에 숙달되면 호흡에 의존하지 않아도 바로 무념상태에 들어 갈수 있다는데, 이것 저것 혼란스럽다

그러나 수련, 호흡과 행공등 모든 것이 홀로있고 나서 할 수 있는 것인데, 홀로 있기가 즐겁지 않으면 고통스럽고 진전이 있을 수 없다 홀로있음의 과정에서 예민하게 깨어있어 사소한 즐거움도 놓치지 말자 그 즐거움을 발견하기 위하여 몸과 마음과 생각을 주의있게 관찰하자
그리하여 나의 육체와 생각을 객관화 하고 그것을 내려다 볼수 있게 된다면 신과 온 우주가 나에게 커다란 축복을 준 것으로 생각하자
참으로 소중한 나는 사념이 들락거리는 것이 보일 때까지 오늘도 즐겁게 홀로있고자 연습한다.
끝으로 참을성 있게 지켜봐 주시는 원장님, 열심히 수련하시는 도반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05. 2. 22.

이 정 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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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 2005-02-24 12:45:26
승단을 축하드립니다.
3년을 건곤에서 수련할정도로 끈기와 인내를 갖고계십니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어떤점이 미흡했는지 되돌아 보셨으면 합니다.

토하는 호흡에 의식을 내려놓고 단전에서 진정으로 홀로있게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