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길을 출발하며
박종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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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가는 몸과 마음을 이끌고 도장에

자신 있게 열심히 살아 왔다고 생각했었다
후회 없이 살아왔다 생각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인지 몸과 마음이 썩어가고 있었다.

인생 40 넘어 많은 것을 이루었다고 생각도 했었다,
사회적으로나, 동료, 친구들로 부터 부러움도 받는 편이 되었다.
앞만 보고 열심히 노력하면서 살아 왔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몸과 마음이 망가지고 있었다,
10년이 넘어가는 만성간염으로 간경화가 되어 가는지 피곤하고
일과가 힘들어 지기 시작하였다.
치료를 위하여 백방으로 노력도 하였다.
약 ,유명하다는 한약, 용하다는 침 등등의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치료는 되지 않았고 그러던 중 귀에 이명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차츰 심하여 지더니만 어지럼증까지 생기기 시작하였다
급기야 올 초에는 이명 어지러움 청력장애로 보름 이상 입원하게 되었다

어지러움이 심하여 일상생활에 어려움은 물론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이 생기면 토하면서 쓰러져야 했다,
너무나도 허약하고 가눌 수 없는 자신의 몸을 보면서
허탈함과 무력감에 빠져 들었다,

메니에르라는 병명의 일차 진단이지만 정확하지 않고
아직 원인도 모르는 상태이다.

간이 나빠지면서 얼굴은 더 검어지고 어지럼증에 대한 두려움은 더 커져 갔다,
운전을 하고 집에 오는 중에 갑자기 어지러움이 생기면 차를 길옆에 세워 두고 한참을 토하기도 하였다.
다 토한 후에 옆으로 쏜살 같이 지나가는 차들을 보면서
눈물을 흘려야 했다.
이렇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좌절을 느끼게 되었다,

자신 없어 본적 없고, 실패가 없이 살아왔다 생각했었다
바보 인생에 가르침이 시작되었다.

시간이 되는대로 서점에서 건강 서적을 뒤졌다
지금의 간 상태로는 무리한 운동은 할 수가 없었다,
뛰고 밖으로 나다니는 것을 좋아했지만 그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가족이나 주위 사람에게 짐이 되어가는 신세가 되었다,


국선도를 시작하며

서점에서 여러 건강 서적을 뒤지면서 접한 것 중
하나가 국선도였다
가까운 곳을 인터넷에서 찾았다,

일요일 아침에 수련원에 처음 들어가 보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몇 분의 자율수련 이었다

원장님께 전화를 하고, 다음날 원장님을 처음 뵙고
국선도 입문을 결정하게 되었다,
서울에서 근무하고 퇴근하여 집에 들렀다 수련하기에도,
퇴근하여 바로 수련하기에도, 나에게는 모호한 수련 시간이었다.
수련 시간 엄수에 대하여 처음 대하는 원장님의 태도는
부드러우면서 단호하게 느껴졌다.

수련을 시작한지 얼마 후
c 형 만성 간염과 간경화에 신약이 나왔다 하여
주사 치료를 시작하였다
주사를 맞으면 항암제 같이 혈구 수치가 감소하였다.
체중이 10kg 정도 빠지고
어지럼증은 더 자주 나타나게 되었다
도장마저도 나갈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업무도 2달 쉬어야 했다.
2달 가까이 쉬고 약간 회복하면서 다시
수련을 시작하였다.

처음 수련을 시작하면서는 스트레칭 체조 정도로 생각이 되었지만
차차 마음과 몸을 같이 다스리는 것이어야 한다는 느낌이 !
몸이 굳어져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몸이 풀어져야 하구나

웃는 것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 !!
몸이 굳어지면서 마음도 같이 굳어져 웃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수련이 끝나면 몸과 마음의 경직이 약간이라도 풀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수련 끝에는 입주위의 근육이 풀려 약간 웃을 수 있었다.
그 동안에 웃지 못 할 정도로 굳어져 있음이었다
웃을 수만 있어도 큰 행복이구나


치료 반응은 좋은 편이었다.
간혹은 수련 중에 어지럽기도 하였다,
잠자리에 귀에서 나는 이명은
고장 난 냉장고를 귀에 넣어 놓고 자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약간씩 이겨 낼 수 있었다,
수련을 끝낸 직후 잠시 짧은 시간이라도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감사했다.

수련 중에 잡념이 들면 그 동안의 내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너무도 숨 가쁘게 살아 왔구나
주위를 돌아 볼 여유도 없이 살았구나
어렸을 때 산과 들에서 뛰어 놀던 생각이 날 때쯤이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욕심과 나쁜 생각을 토해 낼수록
더 많은 것이 들어오고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공허하게 비워져 간다.

어느 순간부터 귀에서 나던 고장난 냉장고 소리가 이제는
수리된 냉장고 소리로 약간 잦아들었다.
언젠가는 없어지겠지, 아니면 즐거운 음악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어지러움 빈도도 줄고 강도도 줄었다,
하루가 멀게 수액제와 안정제로 지내던 것이
수련을 거듭하며 간이 있는 명치 오른쪽이 찢어지게 아프기도 하고
답답하게 당기는 듯도 하여 자주 두드리게 되었다,
어떻든 굳어진 간이 약간씩 풀리는 것 같았다.
오른쪽으로 눌린 체형도 약간씩 펴졌다.

주사 치료는 1년 이지만 반응이 남달리 좋다는 담당 선생님 말씀,
주사의 평균 치료율은 50-70%이지만, 완치 될 것으로 믿어야지
몇 개월이면 주사 치료도 마무리 된다.

이제껏 나를 위해 살아 왔다면 이제는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야 !!
욕심을 버리는 만큼 빈 공간이 생기는 것 같았다.
버리는 대로 하늘이 채워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사람으로 태어나 지금을 살면서 욕심을 버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수련을 통해 새삼 느끼고 있다.

먼 길을 출발함에
이끌어 주시는 선배 도반님들과 원장님께 감사드리면서
간혹은 일그러지고, 굳어지고, 지친 얼굴로 도장에 들어설 때
다른 도반님들의 수련에 장애가 되는 것이 아닌지 송구하기도 하다.
열심히 수련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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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 2004-11-25 12:34:52
몸이 아프기때문에 수련을 시작하게 된것은
새로운 삶을 가르쳐 주는 또하나의 축복 입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것 모두를 진정으로 감사하게 받아드리며
기뻐해보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