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천 지 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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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입구에 능소화, 백일홍이 눈부십니다. 오늘 아침에도 발걸음 율동(공원)으로 향합니다. 벌노랑이, 벌개미취, 애기 원추리가 반갑게 맞아주는 못 쪽으로 올라서면, 못을 가로질러 불어 오는 바람에 향긋한 숲향기가 바람길에 출렁, 출렁입니다.
아침마다 발걸음 무심코 이 곳으로 향하는 까닭이, 저 못물 가득 빠져있는 산그림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수면에서 산산이 부서져 흩어지는 보석같은 빛살 속에 눈 멀고, 대기가득 새소리, 요란한 풀벌레소리에 귀 멀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불덩이같은 하늘과 서늘한 나무, 못 위를 조는 듯 떠 가는 오리와 인도까지 걸어나온 물닭새끼,강아지풀과 달개비와 나, 살아, 함께 눈맞춤하는 이 시간, 이 순간이 주는 감동, 전률 때문입니다.
온전한 내 생명의 연결고리들은 눈부시게 환합니다.
하늘과 흙과 바람, 강과 강, 산과 산, 그 품에 안긴 뭍 생명들에게 경외하는 마음으로 고개 숙입니다.
밝고 환한 생명의 푸른 못물같은 국선도 道旗 앞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합장한는 뜻이 이런 것이리라 짐작해 보며.

눈 감으면 마음의 끌탕 더욱 생생합니다.
지워 버리려고, 비워내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고통스럽고, 호흡은 불안정해지고, 자세는 흐트러집니다. 차라리 이런 상상으로 대신 가득 채워 봅니다.
달빛 가득한 바닷가에 오직 나 홀로 넓디 넓은 바다를 가부좌로 대면하고, 고요히 내 안으로 침잠해 들어가 봅니다. 어떤 날은 더 발전하여 집채만한 파도가 덮쳐 오는데도, 바위같이 요지부동 내 안 단전 속 연꽃같은 미소를 짓고 있는 나를 상상해 봅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명상호흡, 행공시간이 끝나 있습니다.

눈 감으면 감사와 사랑의 따뜻한 기운 몸 가득하길 바라고 바랍니다. 먼 훗날 가능한 일이겠지만 또한 오늘의 수련없이는 결코 체득될수 없는 경지일 것입니다

부산했던 하루를 접는 저녁, 몸과 마음 고요한 단전 자리에서 접고싶어 오늘도 서둘러 도장으로 향합니다.

늘 한결같이 정성으로 수련이 깊어지도록 지도해 주시고, 도와주시는 원장님, 사범님, 두분 수사님께 감사드립니다
꽃보다 아름다운 미소로 손잡아 주시는 도반님들께도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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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 2004-08-24 12:58:13
나무는 하루도 쉬지않고
주변의 이산화탄소와 같은 공기를 흡입하고
스스로 정화하여
산소와같은 공기를 내뿜어주는 숨을 통해
주변에있는 모든 생명체에 이로움을 준답니다.

하루에 몇 번만이라도 이런 숨을 쉴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