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 단법 승단을 하면서
박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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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반님, 안녕하세요.

 

저는 새벽반에서 수련하고 있는 박채원입니다.

 

축하해주시는 모든 도반님 고맙습니다. 정확히 4년 만에 건곤에서 원기로 승단을 합니다

양지수련원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입문호흡부터 다시 배우기 시작해서 오늘 원기 승단에 이르기까지 2년 반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길고 힘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국선도에 처음 입문할 때에 박사과정을 입학을 앞두고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국선도의 사범을 따는 일이 박사학위를 받는 일보다 더 쉬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되려 학위를 취득을 마치고 지금의 직장에 2년 전 오늘 첫 출근을 했으니 사회적 성취보다 수련을 통한 성장이 더 힘들고 긴 여정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제일 넘기 어려웠던 것은 나를 바라보는 일, 나를 비우고 내려놓는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여전히 잘 되지 않습니다. 아마도 죽을 때까지 비워가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가시나무>라는 노래는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라고 시작을 합니다수련을 하면서 저 노래의 문구가 참 많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너무 강하고, 나의 바람이 너무 커서, 내 숨은 늘 느껴지지 않고, 느껴지지 않으니 바라볼 수 없어 너무나도 답답하고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도법의 상세한 가르침이 있지만, 돌아보면 입문호흡부터 건곤까지 숨 알아채기, 숨 바라보기, 호흡에 마음싣기 이 세 가지를 터득하는 것이 가장 어렵고 힘들었습니다

이 단계가 되지 않으니 중기 단법 수련을 해도, 건곤 단법 수련을 해도 고요하고 깊어지지 못한 채 늘 끄달리며 살아온 것 같습니다.

 

4수의 수련이 깊어질즈음 수련을 쉬게 되었을 때, 그 때는 제가 하고 있던 수련이 얼마나 소중하고 깊은 단계인지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원장님께서 매일 정성스럽게 지도해주시고 귀가길에 당부 말씀을 해주실 때에도 내 자아가 강해서 가슴으로 깊게 경청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돌아와 수련을 시작하고 나서야 몇 년 전 내가 한 수련이 얼마나 깊은 것이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때의 그 수련 정도에 다시 이르기까지 첫 수련 때보다 1.5배에 가까운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남들보다 두 배, 세 배의 시간이 걸렸지만, 그 과정을 겪지 못했다면, 오늘의 원기 승단은 없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씨알사상을 주창한 함석헌 선생님은 기독교 안에 있으면서도 내가 하느님이다, 내 속의 속에 하나님이 있다 말해서 이단으로 평가 받기도 하는데요, 수련을 시작할 때에 그 말이 다 무엇인가 고심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 수련을 하면서 내 속의 속의 하나님은 숨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를 살리는 숨이지만, 내 속의 속에 있어 내가 나에게 가려지면, 내가 강하면, 믿고 맡기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숨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노자의 도덕경의 첫 구절, 도를 도라 부르면 도가 아니라는 말에서의 그 도 역시 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워지지 않은 내가 숨을 알아차리는 순간 그래서 그 숨을 더 잘 쉬려고 하는 순간 그 숨이 흩어져버리기 때문입니다

내 자아가 숨을 숨으로 알아채는 순간 숨은 숨이 아닙니다

그래서 더 고요하게 호흡에 마음을 싣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처님께서 금강경에 자기 속의 상을 깨뜨려 일체중생을 구제하라라고 하십니다

선도주에서 말하는 구활창생의 가치입니다. 하늘 사람됨을 생각하며 승단 소감을 마치려 합니다

 

양지수련원에서 저와 함께 해주시고, 오늘의 가르침에 있게 해주신 새벽반과 아침반 도반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앞으로도 계속 분투할 테지만, 함께 해주시는 도반님들이 계셔 한 걸음씩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를 포기하지 않고 오늘의 승단에 이르기까지 지도해주신 원장님과 부원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양지수련원 모든 도반님의 복된 수련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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