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도에 입문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4년이 지났다. 그동안 거의 매일 열심히 수련원에 나온 때도 있었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빠진 때도 있었지만 비교적 꾸준히 수련을 해 왔다. 양지수련원의 출석부상으로는 다음 달이면 700일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서현수련원에 다닌 날을 합하면 1,000일에 달하는 것 같다.
요즘 업무가 과중하고 정신적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달하여 수련도 진전이 없는 듯 느껴지고 수련원에 나와서도 건성으로 행공을 하는 때가 많고 풀어야 할 업무생각으로 온 머리가 가득차 있는 느낌이다. 원장님께서 이번에 승단심사를 받으라고 하셔서 나의 국선도 수련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원장님은 나를 볼 때마다 머리가 너무 복잡한 일로 가득차 있고 표정이 굳어 있으니 수련원에 오면 다른 일은 모두 잊어버리고 수련에 집중하고 다른 모든 걸 내려놓고 쉬라고 하신다. 또한 항상 자기 자신과 다른 도반님들께 미소를 잃지 말라고 하시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제 나의 수련에는 한계가 온 것이 아닌가 우려가 된다. 공부나 운동의 경우 소질이 없는 사람은 어느 단계를 넘어가면 아무리 노력해도 실력이 나아지지 않는 것과도 같이 나는 국선도에 소질이 없어서 더 이상 진전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만약 내가 국선도에 입문하지 않았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상상해 본다. 국선도에 입문하기 전에는 머리는 항상 묵직하고 몸은 피곤한 상태였다. 겨울이면 감기와 몸살을 몸에 달고 살았고 봄에는 꽃가루 알러지로 한두 달 동안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했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마음가짐은 항상 소극적이고 염세적이고 부정적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바람직하지 못한 나의 몸 상태와 마음가짐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상당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해 있음을 느낀다. 우선 머리가 맑아 졌고 항상 피곤함을 느꼈던 몸은 상쾌한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수십 년간 나를 괴롭혀 온 고질적인 알러지는 이제 약을 먹지 않고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가벼워졌고, 감기와 몸살은 1년에 한번 정도 걸릴까 말까 하는 정도로 건강해 졌음을 느낀다.
내 인생에 있어서 최근 3-4년만큼 바쁘고 스트레스가 많았던 적은 없다. 예전 같으면 우울한 기분이 계속되거나 현실을 회피하고 싶은 생각이 들 터인데 적극적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문제들을 해결하고 헤쳐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과 두려움이 많았는데 요즘은 미래에 대한 걱정이 줄어들었고 오히려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나는 피부로 느끼지 못했지만 직장에서 나를 보는 사람들이 그렇게 복잡한 일이 많은데 평온한 모습을 하는데 놀랐다고 말한다. 어느 정도는 나에게 기분 좋으라고 말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여러 사람이 같은 얘기를 하니 단순히 좋으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지는 않다. 돌이켜 보면 이러한 모든 변화들이 국선도를 시작하고 나서 생긴 것들이다. 그 변화의 속도는 느낄 수 없었지만 그 긍정적인 효과는 그전에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하겠다.
승단준비를 하면서 내 몸과 마음에 대한 변화를 정리해 보니 최근 느꼈던 수련에 대한 자신감 부족이 직장에서의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생각이 들며 다시 한 번 수련에 대한 각오를 다져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