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단법 수련기
오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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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기단법 수련 중 가장 큰 변화는 머리속을 크게 차지하고 있던 생각 하나를 버린 것이다. 그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나의 몸 상태는 기복이 심해서 꾸준한 수련이 어려웠다. 평일 수련에 빠지지 말자는 일념으로 시간이 되는 한 도장에 갔지만 행공을 하기도 버거웠고, 호흡도 진전없이 들쑥날쑥의 연속이었다.


  그러다가 몇 주 전부터 몸에 약간 힘이 붙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25동작의 행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약간 지루했었는데, 호흡은 생명이 유지되는 동안에 지속되는 본질적인 것이고, 행공 동작은 일시적인 현상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의념을 집중하기가 쉬워졌다. 그리고 스스로를 공기 분자라고 생각하며 행공에 임하니 나의 몸이 정말로 통로가 된 것 같았고 대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이 와 닿았다. (이것이 큰 수련의 진전이라고 기뻐했는데, 훨씬 많은 내용이 국선도 강해 책에 잘 나와 있다. 수련시 공부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겠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그러면서 수련에 집중감이 생겼다.


 


  이렇게 에너지가 상승세를 타면서, 엉뚱하게도 나는 여러 일들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에너지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흩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조언에 고민 끝에 접었다. 근 십년 가까이 지속되어 온 관심이라 못내 아쉽기는 했지만 여튼 끊었다. 그리고 일주일도 안 되어서, 나는 10년 동안 이고 다녔던 짐들을 내려 놓은 것 같은 매우 홀가분한 마음을 느끼게 되었다. 심적으로 큰 여유가 생기면서 생활이나 마음에도 안정감이 생기고, 수련도 집중해서 일정한 시간에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동안 보지 못했던 중요한 문제들도 직시할 수 있게 되었다.


 


   수련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 생각들을 놓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그 생각들에 이끌려 만든 이런저런 일들로 에너지를 소모해 버렸을텐데, 그러한 스스로의 상태를 알아차릴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그러면서 무엇인가를 알고 이해하기에 급급했던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앎'의 문제가 아닌 '되기'의 문제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간절함이란 어떤 대상으로 머리속을 가득 채우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을 위한 공간을 내 안에 만들기 위해 스스로를 충분히 비우고, 근기있게 기다리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이렇게 정의된 '간절한 마음으로 수련하는 것'이란 어떤 것일까가 문득 궁금해진다.

  항상 앞서 가시며 등불을 밝히고 계신 원장님과 도반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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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갑수 2012-05-31 23:56:22
스스로의 상태를 알아차릴 수 있는 오 도반님
축하드립니다. _()_
2012-06-01 19:15:08
우리는 몸을 갖고있기에 끊임없이 몸의 욕구에 따른 다양한 생각이 일어납니다.
이렇게 일어나는 자아의식을 내려놓고 비우며 기다림속에서
나의숨과 대자연의 숨을 일치시켜나가는 건곤과정이 되시길 바랍니다.
조진창 2012-06-07 17:46:04
오! 도반님 승단을 축하합니다.항상 열심히 하는 모습 보기 좋고,같이 가요